최옥찬 심리상담사ㅣ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시즌2(연출&극본: 황동역/출연: 이정재, 이병헌, 임시완, 강하늘, 위하준, 박규영, 이진욱, 박성훈, 양동근, 강애심 등)는 <오징어 게임> 시즌 1에 이어서 넷플릭스 드라마 중 시청률 1위를 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요즘 한국 사회에 대한 뉴스가 대부분 정치적인 혼란과 경제적인 어려움을 이야기하는 가운데 K-드라마 <오징어 게임> 시즌 2의 흥행은 그나마 힘이 나는 소식이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시즌 1부터 경제적으로 심각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이 자신의 목숨을 걸고 상금을 타기 위해 극단적인 게임에 참여하는 이야기를 다루었다. 이러한 이야기는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경제적 불안정과 빈부격차 그리고 계층 이동의 어려움에 대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대다수의 사람들이 경제적 어려움과 고립을 경험하면서 <오징어 게임> 속 상황이 강렬하게 와닿았다. <오징어 게임> 시즌 2에 대한 기대감은 <오징어 게임> 시즌 1의 놀라운 경험에 기인한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는 한국의 다양한 놀이들이 등장한다. 가령, 딱지치기, 공기놀이처럼 개인끼리 하는 놀이부터 줄다리기처럼 함께 편을 이루어서 하는 놀이들이다. 게임의 속성상 누군가는 이기고 누군가는 지지만, 아이들이 함께 하면서 즐기는 놀이들이다. 이러한 놀이들을 통해서 아이들은 삶에서 일어날 수 있는 성취감과 실패감에 대한 감각을 익혔다. 그리고 공동체에서 중요한 소속감과 협력하는 법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었다. 무엇보다 놀이를 할 때 '깍두기'라는 존재가 있었던 것을 보면, 사회적 약자와 함께 하는 법을 놀이를 통해서 알았던 것 같다.
드라마 제목인 <오징에 게임>을 했던 한국에서도 이제는 더 이상 아이들이 모여서 오징어 게임을 하는 것을 찾아보기 어렵다. 어린 날의 추억을 잠시 떠올려 보면, 오징어 게임은 주로 남자아이들이 하던 놀이였다. 오징어 게임은 두 편으로 나누어서 하는 다소 거친 놀이였다.
마치, 스포츠 럭비처럼 상대편이 지나가지 못하게 강하게 밀어버리거나 거세게 잡아당겨서 넘어뜨리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넘어져서 바닥에 긁혀 상처가 나거나, 옷이 찢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아이들은 오징어 게임을 하면서 같은 편끼리 강한 소속감과 친밀감과 응집력을 느낄 수 있었다. 오징어 게임은 마치 전투와 같았으니까 말이다.
2025년 새해에 밝은 희망을 이야기하기에는 한국 사회가 정치와 경제적으로 어렵고 혼란스러운 시기다. 사람들은 삶이 힘들어질수록 드라마 속 <오징어 게임>을 하듯이 '생존'이라는 단어를 많이 쓴다. 자본주의의 어두운 측면인 무한경쟁적인 승자독식과 같은 게임 상황에서는 사람들이 경제적인 실패를 죽음처럼 경험한다. 마치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게임에서 지면 바로 총을 맞고 죽는 것처럼 말이다. 이럴 때일수록 자신의 심리 상태를 객관적으로 살펴보고 돌보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는 마음이 불안할수록 강박적으로 무엇인가를 찾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불안해 우는 아이가 엄마를 찾듯이 말이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시즌 2에서 생존게임에 참여한 래퍼인 타노스(최승현 분)는 긴장되고 두려운 상황에서 마약을 먹는다. 사람들이 마약을 즐긴다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마약에 의존한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마약이 없으면 자신의 삶을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때로 마주하는 힘든 시기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심리적으로 의존할 것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마약은 절대 아니다. 사람은 사람끼리 의존해야 한다.
<오징어 게임>에서 1등을 하고 456억의 상금을 탄 성기훈(이정재 분)이 오징어 게임에 다시 참여한다. 기훈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을 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에게 게임 방법을 알려주고 총에 맞아 다친 사람까지 살려준다. 기훈이 <오징어 게임>에 다시 참여한 목적은 상금이 아니라 게임을 멈추고 사람들을 살리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기훈이 엄청난 금액의 상금을 타고 깨달은 것은 공동체적인 인간애의 회복일 것 같다.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특히, 절박한 사람들에 대한 연민일 것이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단순한 어린이들의 놀이를 생사를 건 게임으로 바꿔놓으며, 한국 사회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만연한 자본주의 경쟁의 잔혹함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그리고 인간의 생존 본능과 극단적 상황에서의 도덕적 딜레마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오징어 게임>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 타인을 배신하거나 희생시킨다. 그것을 직접 경험한 성기훈(이정재 분)은 <오징에 게임>에 다시 참여해서 사람들을 살리려고 외친다. "얼음!" 인간애를 파멸시키는 것을 멈추어야 한다.
<오징어 게임>을 멈추지 않는 한, 게임에 참여한 사람들이 성기훈의 외침처럼 "다 살아서 통과할 수 있어요"의 상황이 되지는 않는다. 자본주의의 오징어 게임을 멈출 수는 없을 것이다. 엄청난 돈의 상금을 위해서 목숨까지 거는 게임을 계속하기 원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 서로에 대한 연민이다. <오징어 게임>에 등장하는 한국의 놀이에는 언제나 '깍두기'가 있었다. 아이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약자인 '깍두기'를 받아들이고 함께 놀았다. 이러한 마음의 회복이 필요하다. 바로 연민이다. 누구나 깍두기가 될 수 있으니까 말이다.
■ 최옥찬 심리상담사는
‘그 사람 참 못 됐다’라는 평가와 비난보다는 ‘그 사람 참 안 됐다’라는 이해와 공감을 직업으로 하는 심리상담사입니다. 내 마음이 취약해서 스트레스를 너무 잘 받다보니 힐링이 많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자주 드라마와 영화가 주는 재미와 감동을 찾아서 소비합니다. 그것을 바탕으로 우리의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어서 글쓰기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