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작 논란 작품, 수집 경로<체스터 장 박사> 의혹 제기

2024-10-17

개인 수집가 백창기 씨 주장

당시 체크, 서면 증거 등 제시

“협박 하며 물건 가져갔다”

장 박사 “얼토당토 않은 말”

LA카운티 미술관(LACMA)에 전시됐던 체스터 장 박사의 기부품 이중섭의 ‘기어오르는 아이들’을 포함해 여러 작품들의 수집 경로를 두고 한인 수집가가 의혹을 제기해 논란이다.

체스터 장 박사와 작품들을 거래했다고 밝힌 이 수집가는 20여 년 전 장 박사가 협박을 하며 빼앗다시피 물건을 가져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이중섭의 ‘기어오르는 아이들’은 지난 6월에 막을 내린 ‘한국의 보물들: 체스터&캐머런 장 컬렉션’에 전시된 것으로, 위작 논란이 불거진 작품이다. 〈본지 7월1일자 A-1면〉 이는 작품의 진위와 더불어 장 박사의 수집 과정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면서 의혹이 확산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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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윌셔가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만난 백창기(68)씨는 지난 2002년 장 박사와 거래한 물건들의 사진과 함께 당시 작성한 계약서와 기록들을 제시하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백씨에 따르면 2002년 당시 개인적으로 수집한 ‘기어오르는 아이들’과 고려시대 도자기로 추정되는 ‘흑도자기’, 그리고 ‘청화백자 8각’ 등 총 3점을 장 박사에게 2만 5000달러에 판매했다. 백씨는 “한 달 뒤, 장 박사가 일부 작품이 장물이라며 수개월 동안 협박했고, 결국 받은 돈까지 모두 돌려줘야 했다”고 주장했다.

백씨는 본지에 당시 계약 증거로 남겨두었다는 자료도 제시했다. 백씨가 제시한 서면 자료에는 지난 2002년 8월 12일 백씨의 자필로 작성돼 장 박사의 것으로 추정되는 서명이 담겨 있다.

내용에는 “도자기 2점 ‘흑도자기·청화백자 8각’, 그림 1점 ‘이중섭 타일로 만든 것(기어오르는 아이들)'을 CHESTER CHANG한테 인수(양도)한 것에 대해 어떠한 문제점들을 서로 이의치 않기로 함”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또한 밑에는 인수자에 장 박사, 양도자에 백씨의 서명이 각각 기재됐다.

또 백씨가 당시 작성한 금전 거래 기록에는 2002년 8월 10일 자로 “장 선생님 흑도자기 1점 가지고 가면서 현금 1만 달러, 수표 1만 3000달러, 2000달러 총 2만 5000달러 줌”이라고 명시돼 있다. 서면 자료에는 추후에도 돈이 오고 간 내용 역시 적혀 있다.

또한 백씨는 같은 시기 장 박사로부터 받았다는 체크도 보관하고 있었다. 체크 발행인 이름은 ‘체스터 장’으로 적혀 있다.

백씨는 “문제는 일주일 후부터였다”고 주장했다.

백씨는 “장 박사는 특히 흑도자기에 대해 장물인 것 같다며 으름장을 놓았다”며 “특히 이중섭 작품 ‘기어오르는 소년’에 대해선 본인이 알아보니 가짜일 수 있다며 내게 사기치지 말라고 윽박질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집에 작품 관련 사진, 필름 등 모든 보유 기록을 가져오라고 말해 그대로 갖다 줬다”고 덧붙였다.

백씨는 “장 박사는 몇 개월 동안 사업체를 오가며 날 괴롭혔다”며 “그는 내게 빨간 여권(관용 여권)을 보여주며 ‘내 말 한마디면 비행기도 떨어뜨릴 수 있다’며 ‘사업체 접고 싶지 않으면 솔직히 얘기하고 돈을 다시 내놓으라’고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초등생 자녀들이 있어 사업이 망할까 겁이 났다는 백씨는 2003년 1월에 거의 모든 돈을 돌려주게 됐다고 전했다. 백 씨에 따르면 두 사람이 자필로 작성한 당시 계약서에는 “장 선생님과 그동안 거래했던 모든 그림 ‘타일’, ‘기어오르는 아이들’, 도자기 것에 대한 것을 오늘로 완결하고 ‘1/17/03’으로 앞일에 대한 것에 이의치 않음을 확인함”이라는 내용과 함께 두 사람의 서명이 담겨 있다.

하지만 장 박사는 약속과 다르게 물건을 돌려주지 않았다고 백 씨는 주장했다.

그리고 불과 7개월 뒤인 2003년 8월, 장 박사가 가져간 흑도자기가 LACMA에서 열린 한국 작품 전시회에 등장했음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백 씨는 “그 후로부터 장 박사는 연락이 되지 않았다”며 “이번에 ‘기어오르는 아이들’의 전시 소식을 듣고 작년 10월쯤 장 박사와 극적으로 연락이 닿았는데 ‘나중에 통화하자’고 말하고 끊더니 그 후로 다시 연락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도 너무 억울하고 분통이 터진다”며 “그런 식으로 작품을 모아 내걸다니 부끄럽지도 않은가”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편, 장 박사는 백 씨의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지난 8월 23일 장 박사는 본지에 “얼토당토않은 말이다. 당시 돈을 다시 돌려주기 위해 몇 번이나 찾아갔는지 모른다”며 “계약서라고 주장하는 것들이 나는 한 장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백 씨가) 무엇을 노리고 내게 이러는지 모르겠다. 무서울 정도”라고 덧붙였다.

장수아 기자 jang.suah@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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