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예상 밖 압승으로 끝났다. 정치적 올바름(PC) 세력과 워크(woke) 문화의 참패라는 평가가 나온다. 영어 깨다(wake)의 과거형인 워크는 중국에서 ‘각성(覺醒) 문화’라고 부른다. 몇 해 전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 드라마 제목이 ‘각성년대(覺醒年代)’였다.
트럼프 당선에 중국에서 신조어 푸신난(普信男)이 주목받고 있다. 여성 코미디언 양리(楊笠)가 남성을 비하하며 만든 말이다. “겉보기에는 보통(普通)이지만 자신감(自信感)이 넘치는 남성(男性)”의 줄임말이다. 근거 없이 자신감만 넘치는 남자를 푸신난이라고 부른다. 마침 올해 11월 11일 쇼핑 축제 솽스이(雙十一) 행사에 인터넷 기업 징둥(京東)이 양리를 광고 모델로 발탁하자 남성들이 불매운동을 펼쳤다.
중국의 푸신난은 미국의 트럼프 지지층과 성향이 겹친다. 공교롭게 명칭도 같다. 트럼프를 표준 중국어로는 터랑푸(特郞普)나 촨푸(川普)로 표기한다. 극성 지지자는 종교 신도(信徒)와 비슷하다. 저학력 백인 남성 가운데 트럼프 지지자가 많다. 이들이 촨푸신난(川普信男)이다. 줄이면 푸신난이 된다.
중국의 한 언론인이 미국과 중국의 푸신난 현상에 주목했다. 후원후이(胡文輝) 광저우 양성만보 편집장이 지난 8일 “촨푸신난이 왔다”는 글을 SNS에 올렸다. “태평양 양안(兩岸)이 사회학적으로 서로 통했다”며 “좋게 말하면 침묵하던 다수의 승리, 나쁘게 말하면 우매한 민중의 승리”라고 했다.
후 편집장은 정치적 올바름을 주장하는 세력의 ‘이중 잣대’도 풍자했다. “무산계급이 좌파를 지지할 때 좌파의 눈에 그들은 광대한 인민대중이 되고, 우파를 지지하면 그들은 포퓰리스트, 오합지졸, 잠재적 파시스트, 폭력 군중으로 바뀐다”면서다.
홍콩의 시사주간지 아주주간의 추리번(邱立本) 편집인은 푸신난 대신 한자 찌꺼기 사(渣)와 사내 남(男)을 이용해 ‘찌질남’이라는 신조어 자난(渣男)으로 지칭하곤 “이들이 미국의 도덕을 수호하는 천사로 돌변했다”고 썼다.
한국도 깨어있는 시민을 일컫는 ‘깨시민’ 피로현상이 들린다. 20대 남성의 보수화를 말하는 ‘이대남 현상’도 맥락이 비슷하다.
후 편집장은 서로 으르렁대는 미·중 푸신난에게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의 명언을 들려줬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자신이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심연을 오래 응시한다면, 심연도 당신을 응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