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 목사 암살 당한 멤피스에 州방위군 투입하겠다는 트럼프

2025-09-13

멤피스, 1960년대 흑인 민권 운동의 중심지

보수 진영, 커크 피살을 킹 목사 암살과 비교

불 붙은 보·혁 갈등에 기름 부을 가능성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동남부 테네시주(州)의 대도시 멤피스에 주(州)방위군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혀 미 정가에 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멤피스는 1960년대 흑인 민권 운동의 중심지이자 마틴 루서 킹(1929∼1968) 목사가 암살로 생을 마감한 곳이다.

최근 트럼프의 핵심 측근이자 청년 보수 운동가인 찰리 커크가 괴한의 총격에 목숨을 잃은 뒤 트럼프 지지자 등 보수 진영에선 커크의 희생을 킹 목사 암살과 비교하는 움직임이 관찰된다.

13일(현지시간) CNN 방송에 따르면 폴 영 멤피스 시장은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멤피스에 주방위군을 배치하겠다’는 트럼프의 방침을 겨냥해 “불만족스럽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 같은 트럼프의 결정은 그가 전날 보수 성향 매체 폭스뉴스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전격 공개됐다. 영 시장은 “폭스뉴스 보도를 보기 전까지 대통령이나 테네시 주지사로부터 주방위군에 관해 어떤 얘기도 들은 적이 없다”며 “나는 멤피스에 주방위군이 주둔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 연방수사국(FBI)에 따르면 멤피스는 인구 10만명당 2501건의 폭력 범죄를 기록 중인데, 이는 미국에서 가장 높은 범죄율에 해당한다. 영 시장도 이 점을 부인할 수는 없었는지 CNN에 “이왕 주방위군이 배치되기로 결정이 내려진 만큼 우리 지역사회에 진정한 이익이 되고 또 치안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길 바랄 뿐”이라고 다소 체념 섞인 어조로 말했다. 다만 그는 “우리가 먼저 주방위군 투입을 요청한 것도 아니며, 주방위군 배치가 범죄를 근절할 최선의 방안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덧붙였다.

테네시는 주지사와 주의회 상·하원 모두를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보수 텃밭이다. 그런데 유독 멤피스는 진보 성향이 강하며 정치적으로도 민주당의 아성으로 남아 있다. 이를 두고 보수 진영에선 도시 인구의 63% 이상이 흑인으로 미국 내 다른 지역들보다 압도적으로 흑인 비율이 높은 멤피스의 특수성을 거론한다. 지금의 영 시장 또한 민주당에 속한 흑인 정치인이다.

일각에선 멤피스에 주방위군을 보내기로 한 트럼프의 계획이 1960년대 이래 흑인 민권 운동 중심지였던 멤피스의 체질을 아예 바꿔놓으려는 시도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1968년 봄 멤피스에선 인권 침해를 호소하는 흑인 미화원들이 대규모 파업을 일으켰고, 이를 격려하기 위해 그해 4월 멤피스를 찾은 킹 목사는 그만 괴한이 쏜 총에 맞아 39세 젊은 나이에 목숨을 잃었다. 멤피스에 주방위군이 배치된 것도 바로 킹 목사 암살 사건 직후가 마지막이었다.

미국 보수 진영에서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운동의 아이콘과도 같았던 31세 청년 커크의 희생을 킹 목사 암살과 비교하며 ‘보복’을 촉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당장 트럼프 본인이 이번 사건을 급진 좌파 탓으로 돌리며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킹 목사 암살 이후 수십년간 흑인 민권 운동의 ‘성지’로 통해 온 멤피스에 주방위군이 출동하는 것이 어떤 상황을 초래할지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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