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속노화 의사' 정희원, 서울시 자문관 간다…"'고속 정책' 하고파"

2025-07-31

'저속노화' 의사 정희원(41)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가 병원을 그만두고 서울시 국장급 자문관(컨설턴트)이 됐다. 본인이 주창해온 저속 노화를 하루빨리 정책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다. '저속노화의 고속 정책화'가 목적이다. 정 교수는 5년 가까이 근무한 서울아산병원을 지난달 말 퇴사했다.

서울시는 31일 정 전 교수를 서울건강총괄관으로 위촉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는 3급(국장급)에 해당하는 자리로 새로 만들었다. 서울시는 "정 총괄관이 정책 전반에 건강을 체계적으로 반영하는 일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정 전 교수는 7월 1일 서울시의 채용 공고에 응모해 서류전형·면접을 거쳐 선발됐다. 정 전 교수는 8월부터 월 2회 이상 근무한다. 서울시는 공고문에서 보수를 월 336만원(세전) 내외로 명시했다. 정 전 교수의 서울아산병원 연봉은 연 1억 5000만원으로 알려졌다.

정 전 교수는 『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저속노화 식사법』 등 6권의 저서와 유튜브(정희원의 저속노화), 언론 기고 등으로 "청년과 중장년의 잘못된 생활 습관이 노화를 앞당긴다"고 주장해 왔다. 저속 노화를 위한 식단과 운동, 수면, 정신건강 관리법 등을 제시해 인기를 끌었다. 7월부터 MBC 라디오 '정희원의 라디오 쉼표'를 진행하고 있다.

정 전 교수는 2년여 전 서울시 월례회 강사로 나서 서울시민의 건강 현황, 미래의 모습, 선진국 기준에 못 미치는 점 등을 지적했는데, 그게 서울시와 인연으로 연결됐다. 다음은 정 전 교수와 일문일답.

왜 대학교수 자리를 버리고 자문관이 됐나.

"저속노화를 주장했지만, 국민의 건강 지표가 잘 나아지지 않는다. 저속노화의 실천이 저속으로 나아간다는 한계를 느꼈다. 그래서 정책으로 만들어 실천해서 크게 영향력을 미쳐 여러 사람에게 전하고 싶다. 건강 행태를 크고 넓게 변화시키고 싶다."

정 전 교수는 서울아산병원을 잠시 휴직하고 서울시에 연수생으로 들어갈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랬더니 "직접 와서 해보는 게 어떠냐"는 서울시 제안을 받고 응모했다고 한다.

왜 보건복지부가 아니라 서울시를 택했느냐.

보건복지부는 업무가 여러 과로 쪼개서 있다. '호치키스 노동'(업무량이 많거나 반복적인 단순 작업을 의미)처럼 보인다. 자리가 자주 바뀌어 새 부가가치를 만드는 일을 잘 못 하더라. 조직이 작고 빠르게 움직이는 데가 좋은데, 그게 서울시라고 판단했다."

뭘 할 건가.

고속 정책을 하려 한다. 음식의 포트폴리오를 건강해지게 만드는 게 목표다.

예를 들자면.

"가능하면 소아·청소년의 당분과 초가공식품 섭취를 줄이기 위해 넛지 정책을 도입하려 한다(넛지 정책은 팔꿈치로 슬쩍 찌르듯 부드럽게 개입해 선택을 유도하는 것). 초가공식품이 아이들 눈높이보다 훨씬 높은 곳, 손이 안 닿는 곳에 진열하도록 유도하는 식이다."

다른 방법은 없나.

"비행기 타면 승무원이 콜라·주스 등의 설탕 음료를 제시하는데, 물이나 당분 제로 음료를 같이 제안하게 바꿔야 한다. 식당에서 추가 요금을 내더라도 잡곡밥을 고를 수 있어야 한다. 은근히 압박하면 가능해질 것이다. 궁극적으로 금전적 유인을 줘야 하겠지만."

정 전 교수는 "먹고 마시는 운동장이 달고 기름지고 짠 음식으로 기울어져 있고, 그래야만 승리하는 구조이다. 그래서 비만해지고, 노쇠가 빨라진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고 싶다"고 말했다.

정 전 교수는 서울을 압력밥솥에 비유한다. 언제 터질지 모른다. 녹지를 늘리고, 걷기 쉽게 하고, 이동을 편하게 해서 압력을 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서울시는 다른 시·도보다 고령화율이 낮고, 돈(재정)이 많다. 압력을 빼기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 서울이 모범적인 정책을 치고 나가면 다른 데서 따라올 것"이라고 말한다.

정 전 교수는 "우리나라는 큰 병 걸린 환자를 치료해서 빨리 퇴원시키는 건 좋은데, 그게 끝이라는 점이 문제"라며 "퇴원 환자 집으로 찾아가서 재활 치료를 해야 와상 상태로 악화하지 않는다. 누군가 집으로 가서 재활 서비스를 해야 회복해서 일터로 복귀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 전 교수의 관심이 여기에 꽂혀 있다.

정 전 교수는 "저속노화를 위한 고속 정책이 뜻대로 안 되면 언제든지 그만둘 것"이라고 말한다.

정 전 교수는 서울대 의대를 나와 서울대병원에서 인턴·레지던트(내과)를 마쳤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대체 복무를 마치고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에서 근무하다 2020년 9월 서울아산병원으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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