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과 영양관리]

2024-10-27

우울할 땐 음식 앞으로

열량 부족하면 감정조절 어려워 우울감 높아져

체구 작은 여성 총칼로리 부족하지 않도록 하고

‘우울하다면 고기 앞으로’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냥 웃자고 하는 말 같지만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 활동량에 비해 섭취 칼로리가 부족하면 감정 조절이 어렵고 우울감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해준다. 움직임이 많다면 그만큼 열량 섭취를 늘려야 정신 건강에도 유익한 법이다.

젊고 건강한 사람의 노화 속도를 결정하는 것은 감정이다. 그다음이 운동, 영양이다. 고령자나 현재 질병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면 영양을 우선적으로 챙겨야 신체활동이 가능하고 감정적으로 편안해진다.

그러나 대부분 먹고 움직이는 것은 어느 정도 조절하려고 하지만, 감정은 스스로 다스리려고 하기보다는 그냥 분출하는 경우가 잦으며, 종종 인간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예기치 못하게 스트레스가 생겼을 때 내 체력이 뒷받침되면 잘 대처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는 판단이 흐려져 문제를 일으키기 쉽다.

◇힘이 있어야 감정 조절 가능=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옛말이 있다. 몸도 마찬가지다. 몸속 장기가 제 기능을 잘 발휘할 수 있을 정도로 힘이 비축되어 있으면 마음도 너그러워진다. 하지만 몸이 힘들면 자신도 모르게 부정적인 반응, 분노, 화 등이 불쑥 튀어나오게 된다. 평상시와 비슷한 정도의 일에도 부정적으로 반응하고 짜증을 내며 감정 조절이 어려워지게 되는 것이다. 즉, 감정을 잘 조절하려면 체력 창고를 잘 유지해야 한다. 최근 우리 연구실에서 시행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정신 건강과 관련된 영양 우선순위가 성별에 따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은 기본적으로 총칼로리를 부족하지 않게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섭취 열량과 활동 열량의 균형을 적절히 맞춰야 한다. 평상시보다 외부 활동이 많았거나, 바쁜 스케줄로 긴장을 줄이기 어려웠다면, 100~200kcal 정도 음식 섭취를 늘려야 한다. 과격한 운동을 한 날에는 하지 않은 날에 비해 200~300kcal 정도 더 섭취해야 감정 조절에 도움이 된다. 열량 섭취와 소모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좀 더 중요하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체구가 작아 움직임에 따른 혈액순환이 남성보다 빨라서, 열량 균형이 맞지 않는 경우 심장이 쉽게 지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여성은 에너지 필요량보다 평균 약 200kcal 정도 적게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나 영양 섭취에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남성은 10~20대 사이에 열량 섭취가 약간 부족할 뿐, 대부분의 연령대에서 필요량을 섭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남성은 식이섬유 섭취가 중요= 남성은 식이섬유 섭취가 좀 더 중요한다. 식이섬유는 잡곡밥, 잡곡빵류, 고구마, 감자 등 곡물류와 과일, 채소에 함유된 섬유질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식이섬유를 적절히 섭취하면 암, 심뇌혈관질환,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 만성질환 치료와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조신영 교수 등이 한국 유전체역학조사(KOGES) 자료를 바탕으로 시행한 연구에 따르면, 남녀 모두 식이섬유가 부족하면 정신 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식이섬유 섭취가 부족할 때 심리적인 안정감·행복감이 감소하고, 특히 남성은 스트레스에 민감해져서 대처능력이 떨어지고, 여성은 우울감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운동을 많이 하거나, 열량 섭취가 많고 체구가 큰 남성일수록 식이섬유를 적게 섭취하면, 심리적인 안정감이 떨어지고 급성 스트레스 대처에 어려움을 보였다. 여성도 식이섬유 섭취가 중요하지만, 남성에게 발달한 근육은 탄수화물이 주 에너지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성은 식이섬유를 부족하지 않게 섭취해야 한다.

◇섭취와 활동의 균형 맞추기= 여성 중에서 평소 고기 같은 고열량 음식을 많이 섭취하는 경우, 식이섬유도 함께 많이 섭취하면 오히려 소화 흡수가 원활하지 않아 심리적인 안정감이 줄고, 우울감을 높인다고 보고된다. 특히 유전적으로 육류 섭취가 일상화되어 있는 경우 과일과 채소 등을 섭취해야 한다면 다른 음식의 섭취량을 줄이는 것이 좋다. 소화흡수가 너무 활발하면 잦은 배변으로 체력이 떨어져 심리적 안정감이 줄기 때문이다. 남녀의 생리적 차이를 잘 이해하고 생활하면, 환절기 체력과 심리적 안정감을 회복할 수 있다. 스스로 몸이 필요로 하는 것, 즉 섭취와 활동의 균형을 맞추고 규칙적인 생활로 체력을 재충전해 건강하게 환절기를 보내는 것이 현명하다. 글= 박민선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한국건강관리협회 2024년 건강소식 10월호에서 발췌

(자료제공: 한국건강관리협회 경남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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