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라문화재단 이사장 황석영 “주변부 밀려난 목소리와 함께하겠다”

2025-12-17

17일 오후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칼라문화재단(이하 칼라)의 사업을 설명하는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삼포 가는 길』 『바리데기』 등을 쓴 황석영 작가가 칼라의 초대 이사장이다.

칼라는 아시아·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 등 제국주의의 식민 지배를 당한 경험이 있는 국가들과 문화예술 협력을 목표로 하는 단체로, 지난 8월 전북 군산시에서 창립총회를 열고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칼라'(KAALA)라는 명칭은 20세기 중후반 탈식민 세계의 공동 정체성을 추구했던 아시아·아프리카·라틴 아메리카 작가회의(알라·AALA)를 계승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알라는 냉전 이후 활동반경이 좁아지다 2019년 이집트에서 우알라(WAALA·Writers' Union of AALA)가 조직돼 활동을 재개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황석영 작가와 칼라의 상임이사인 김윤태 우석대 대외협력 부총장이 자리했다. 칼라의 이사진인 차승재 싸이더스 전 부사장·강형철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칼라와 협력관계에 있는 김관영 전북지사 등이 참석했다.

김윤태 상임이사는 "칼라는 황석영 작가의 개인재산 약 1억 2000만원을 출연(出捐)하여 만들었으며, 17일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법인 설립허가가 났다"고 설명했다. 황 작가는 부산국제영화제를 예로 들며 "칼라는 민·관이 협력하되 민간이 주도하는 방식으로 꾸려가는 단체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김 상임이사에 따르면 칼라의 설립 목적은 ▶식민지 유산의 비판적 재해석 ▶탈식민 문화연대 재구성 ▶평화 환경의 문학 실천 확대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문학의 새로운 플랫폼 형성이다.

김관영 전북지사는 "칼라의 출범 취지에 동의하고, 칼라의 본부가 전북 군산에 세워진다는 자부심에 이 자리에 참석하게 됐다"며 "수탈과 저항의 역사가 공존하는 군산이 식민의 아픔을 공유하는 전 세계 작가들과 함께 위로의 연대와 평화를 노래할 최적의 무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 작가는 최근 발표한 장편소설 『할매』를 군산에서 집필했다고 밝힌 바 있다.

칼라의 주요 사업은 격년제로 수여하는 '칼라 프라이즈'(KAALA Prize)다. 문학, 다큐멘터리 영화, 미술 부문을 대상으로 하며, 알라가 운영하던 문학상인 '로터스상'의 정신을 이어간다는 의미를 담았다. 로터스상은 1975년 유신(維新)체제 아래 구속된 김지하 시인이 받은 상이다.

황 작가는 "유럽중심의 문학상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까지 주변으로 밀려났던 목소리들과 함께 세계를 다시 서사화하려고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칼라는 내년 11월 첫 시상식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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