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사건 초동수사를 했던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의 ‘항명사건’ 결심 공판이 열린 21일 해병대 예비역과 정치권 인사 등 100여명이 법정에 나서는 박 대령을 배웅했다. 박 대령은 “지난 1년 반 재판에서 채 상병 사건의 실체는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날 결심 공판이 열리는 서울 용산구 중앙군사법원 앞에는 1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려 법정에 출석하는 박 대령을 맞았다. 해병대 예비역들은 해병대 군가인 ‘묵사발가’를 제창했다. 노래를 들은 박 대령은 이들이 준비한 ‘불공정, 몰상식’이라고 적힌 도토리묵을 잘랐다. 박 대령의 해병대 동기 김태성씨는 “수많은 증거와 증인을 부정하고 박 대령에게 구형을 해야 하는 국방부 검찰단(군 검찰)을 묵사발 내라고 준비했다”고 말했다. 시민사회와 정치권 인사들은 “박 대령은 무죄”라고 연호했다.
박 대령은 중앙군사법원에서 20여m 떨어진 천주교 군종교구청 입구에서 응원하러 온 시민들과 만나 함께 법원 앞까지 걸어갔다. 박 대령은 시민들과 만나 “(오늘은) 이 진실이 승리로 이어지고 우리 사회에 정의가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순간”이라며 “그 큰 발자국을 오늘 뗀다고 생각하면서 제게 주어진 최후 진술과 군 검찰의 심문에 최선을 다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군인권센터, 해병대예비역연대 등은 같은 자리에서 박 대령의 무죄 탄원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정작 재판대 위에 서야 할 사람은 대통령부터 국방부 장관, 해병대 사령관처럼 진실을 외면하는 쪽”이라며 “법리와 상식은 박 대령의 무죄를 가리킨다”고 주장했다.
군 사망사고 병사 부모로 구성된 ‘아프지 말고 다치지 말고 무사귀환 부모연대’(부모연대)의 A씨는 “박 대령님은 군복을 입은 군인이기 전에 자식을 키운 부모로서, 명예로운 수사단으로서 원칙대로 수사했고 재발 방지를 위해 책임자 처벌을 하려 했을 뿐”이라며 “‘너의 죽음에 억울함이 남지 않도록 철저히 조사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한 박 대령의 약속은 국가가 먼저 해야 하고 지켜야 할 선언이었다”고 말했다.
박 대령은 중앙군사법원에서 항명 및 상관 명예훼손 혐의로 1년3개월째 재판을 받고 있다. 채 상병 사망 사건 조사 기록을 경찰에 넘기지 말고 보류하라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의 지시를 어겼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군 검찰은 박 대령이 군사법원법이 허용한 수사권의 범위를 넘어 수사했고, 초동수사 결과를 접한 윤석열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이른바 ‘VIP 격노설’ 등을 언급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본다. 박 대령 측은 당시 수사가 절차에 따른 적법한 초동수사였고, 오히려 김 전 사령관과 이 전 국방부장관의 경찰 이첩 보류 지시가 위법하다며 무죄를 주장한다.
해병대예비역연대는 전날 회원 3660명 명의로 법원에 박 대령에 대한 무죄 탄원서를 냈다. 이들은 탄원서에서 “거짓과 진실의 싸움이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며 “박 대령은 군사법원법에 따른 절차를 지켰을 뿐 한 점 부끄럼 없이 당당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