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행 내부통제 시스템 '유명무실'…특유 지배구조에 순회감사자는 ‘있으나 마나’

2024-10-18

올해만 11건 금융사고 발생

농협금융 특유 지배구조 문제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농협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 잇달아 금융사고가 일어나며 고객들의 신뢰도를 잃고 있단 관측이 나온다. 업계는 농협은행이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는 금융사고를 원천봉쇄하는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바라본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에서 올해만 11건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수시 공시가 이뤄진 금융사고의 총 규모는 430억원이다.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가운데 건수와 금액 측면에서 큰 편이다.

금융감독원은 농협은행에서 자주 금융사고가 발생하는 이유로 농협금융 특유의 지배구조를 꼽았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이 구분돼 있다고는 하지만 농협 특성상 그것이 명확한가는 조금 더 고민할 지점이 있다"면서 "자칫 잘못하면 금산분리원칙과 내부통제, 규율통제 같은 것들이 흔들릴 여지가 있어 챙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지주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농협중앙회 출신 은행 직원을 시군지부장으로 배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지주의 비상임이사는 중앙회장과 가까운 조합장이 맡으며 사실상 중앙회장의 의견을 대변해왔다. 농협은행은 농협금융지주의 100% 자회사이고, 농협금융지주는 농협중앙회의 100% 자회사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농협중앙회 출신 직원이 중앙회 시군지부장으로서 관할 은행지점의 내부통제를 총괄해 내부통제 체계가 취약할 소지가 있다"며 "지주회사법, 은행법 등 관련 법규가 정하는 대주주 관련 사항과 지배구조법에서 정하는 지배구조 관련 사항에 대해 살펴보고 필요한 경우 개선을 지도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더불어 농협은행에 존재하는 '순회감사자' 제도 역시 허울뿐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농협은행은 내부 불법행위를 막겠다며 순회감사자 제도를 10년 전에 도입했지만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협은행 순회감사자 369명은 모두 농협은행 퇴직자 출신이다. 이들은 불법대출을 점검하는 역할을 맡고 있지만 퇴직을 한 탓에 내부 불법 행위를 잡아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대출 취급 당시에도 명동점과 회현지점을 감사했던 농협은행 순회감사자는 모두 정상 여신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독립성과 전문성이 담보될 수 있겠느냐"면서 금융감독원에 개선 방안을 주문했다.

한편 농협은행은 지난 8월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개정하면서 시중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이사회 내에 내부통제 위원회를 설치했다. 은행 경영진이 내부통제 관리 및 보고를 적절하게 수행하는지를 이사회가 평가하기 위함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내부통제는 경영진의 거취와도 연결될 수 있는 민감한 문제라 농협은행이 이를 적극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나설 것"이라면서도 "농협금융 특유의 지배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시스템 정비도 실효성이 미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금재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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