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파적인 쟁점 셋
1. 대본도 안 읽는, 왜 추성훈이었나?
2. 추성훈 마음대로, 제작진은 괜찮나?
3. 20분짜리 ‘미드폼’은 잘 먹힐까?

최근 유행하는 말 중에 ‘될놈될’이라는 말이 있다. ‘될 놈은 된다’는 대충 그런 뜻인데, 넷플릭스 예능 ‘추라이 추라이’의 제작진에게도 해당되는 말인 것 같다. 그저 사람이 궁금하고, 그가 만나는 사람들과 만들어내는 에너지가 궁금했지만, 넷플릭스 예능 ‘추라이 추라이’는 ‘추성훈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지난달 26일 처음 공개된 ‘추라이 추라이’는 ‘추성훈과 개그맨 이창호가 등장하는 토크쇼’ ‘매주 새로운 게스트가 등장한다’는 두 가지 설정을 빼놓고는 전부 의식의 흐름대로 지나간다. 추성훈은 매주 20여 분의 분량 동안 5분을 넘게 뮤지컬 연기에 몰두하기도 하고, 탄산음료를 먹고 트림을 참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야기는 언제 하는 걸까? 권대현PD에게 물었다.

■ 쟁점 1. 대본도 안 읽는, 왜 추성훈이었나?
지난달 26일 진행된 가수 김재중과의 녹화는 실질적으로 따지면 세 번째 정도의 촬영이었다. 그는 방송 중 MC로서 큐카드(대본의 요약본이 적혀있는 종이 카드)를 들고 있지만 엎어놓고 보지도 않는다. 그는 급기야 김재중이 MC 데뷔를 축하한다면서 가져온 위스키를 오전 녹화부터 따서 거의 다 마셔버린다.
“사실 이런 이야기를 해주십사하는 리스트는 있긴 합니다. 이를 기승전결로 배열하는 게 문제인데, 추성훈씨 본인은 대본에 의존하기보다는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이나, 게스트와의 상호작용을 중요하게 생각하십니다. 아닌 것으로 보여도 대본연습도 하고요. 순서만 달라도 해주십사하는 질문은 다 해주십니다.”

그의 큐카드는 초반에는 약간의 일본어와 함께 한국어가 담겨있었지만, 지금은 내용이 없다. ‘추라이 추라이’는 추성훈의 의식 흐름을 따라간다. 비록 ‘사랑이 아빠’ ‘파이터’로서 예능에 출연하기도 했지만, 넷플릭스 예능으로 론칭하기에 그것도 MC로서 데뷔는 제작진이 부담스럽지 않았을까 싶다.
“제가 이 작품 전에 tvN ‘진실 혹은 설정:우아한 인생’을 했었어요. 그때의 인연으로 만났죠. 당시엔 격투기 경기 일정과 겹쳐서 예능에 전념이 안 되셨는데, 최근 시작한 유튜브도 잘 되시고(구독자 148만) 전념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됐습니다. 무엇보다 언어적 소통이 생각보다 원활했고요, 촬영장에서 자신의 역할을 영민하게 잘 캐치하셨어요. 경기처럼 흐름을 읽는 눈이 좋다고 할까요?”

■ 쟁점 2. 추성훈 마음대로, 제작진은 괜찮나?
넷플릭스가 뒷배이고, 역시 권PD 역시 콘텐츠 업계의 ‘대기업’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소속이지만 그러한 배경이 무색할 정도로 지금 콘텐츠 시장은 ‘무한경쟁’ 시대다. 게다가 토크쇼는 그중에서도 전망이 ‘레드오션’이다 못해 ‘블랙오션’으로 가고 있다. 저마다 스타들이 유튜브에서 하는 토크 콘텐츠, 넷플릭스는 괜찮은 걸까.
“토크쇼가 많긴 합니다. 많은 토크쇼를 보면 화려한 언변에 공감능력으로 무장해, 친근하게 이끄는 콘텐츠가 많아요. 사실 저희는 추성훈씨의 매력에 많이 기대긴 합니다. 다소 표현이나 모습이 투박하긴 해도 날 것 그대로의 매력이 있거든요. 거기에 저희는 초대손님의 소망을 ‘추라이’의 형태로 받아서 같이 해봅니다.”

실제 ‘추라이 추라이’는 토크쇼라기보다는 ‘버킷리스트 공동 도전기’라고 해도 무방하다. 배우 장혁은 자신의 ‘로망’인 캠핑카를 들고나와 자랑했고, 배우 윤은혜는 ‘4세대 아이돌’ 코스프레를 하고 싶어 에스파 카리나로 변신하면서 추성훈에게 눈화장을 시켰다. 추성훈 혼자라면 다소 뚝딱거릴 수 있으나, 제작진은 스케치 코미디에 잔뼈가 굵은 개그맨 이창호를 투입해 보조와 ‘자제’를 맡겼다.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추성훈씨를 보좌하는 역할이 이창호씨입니다. 지난해 ‘코미디리벤지’에서는 이경규씨의 보좌를 했거든요. 캐릭터를 흐리지 않는 선에서 보좌하는 모습이 좋아 보였습니다. 섭외는 지금은 우선 추성훈씨와 친분이 있는 분들부터 시작해, 만나고 싶은 분들을 찾고 있습니다. 친분이 있는 이들은 임시완, 차승원, 덱스 같은 분들을 바라고요. 진짜 ‘아저씨’에 나오신 배우 원빈씨 그리고 추성훈씨의 ‘버킷 리스트’인 일론 머스크도 모시고 싶습니다. ”

■ 쟁점 3. 20분짜리 ‘미드폼’은 잘 먹힐까?
‘추라이 추라이’는 지난달 26일부터 시작된 넷플릭스 ‘주간예능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추라이 추라이’를 비롯해 크리에이터 문상훈과 최강록 셰프의 ‘주관식당’, 성시경과 ‘고독한 미식가’ 마츠시게 유타카의 ‘미친 맛집(미식가 친구의 맛집)’, 데프콘의 ‘동미새(동아리에 미친 새내기)’, ‘홍김동전’ 사단의 ‘도라이버:잃어버린 나사를 찾아서’가 공개된다.
“다섯 작품이 나가고 있는데 제각각 소비층이 다른 것 같아요. ‘추라이 추라이’는 빠른 호흡이지만, ‘주관식당’이나 ‘미친 맛집’은 조금 느린 호흡에 잔잔하게 볼 수 있고요. 결국 최근 시청자들은 빠른 호흡을 즐기시니까 시간을 늘릴 수는 없고요. 밀도에 더욱 신경 써야 할 것 같습니다.”

60분짜리 예능이 짧아졌다고 해서 드는 품이 줄어드는 건 아니다. 오히려 걷어내는 작업이 더욱 어렵다. 짧은 시간 동안 압축적이면서도 강한 웃음으로 이어가야 최근에는 생존이 가능하다. 밀도도 물론이지만 목표도 분명해야 한다. 그 어딘지 알지 못할 ‘예능 콘텐츠의 바다’에서 ‘추라이 추라이’는 상상의 보물섬을 놓고 항해를 떠나는 듯하다.
“제 개인적으로는 예전에는 10명 중 1명만 웃어도 재미있는 콘텐츠였지만, 지금은 10명 중 1명이라도 불편해해도 안 좋은 콘텐츠가 되는 것 같아요.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해 덜 자극적이지만 힐링이 되는 콘텐츠가 유행한다고 봅니다. 불편하지 않지만 진솔해야 하고, 리얼해야 해요. 출퇴근하며 가볍게 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MC로의 성장에 ‘추라이(Try)’하는 추성훈의 모습에 주목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