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의 황홀
윤광준 지음
아트레이크
요즘은 한국에서도 정원 개발이 트렌드다. 서울시가 ‘정원도시’를 표방할 정도다. 정원이 시대의 관심거리인 셈인데, 한국 정원의 가치를 잘 아는 사람이 많진 않다.
온갖 사물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심미안의 달인’ 윤광준이 'K정원'의 미학을 들고나온 이유다. 세상 안 가본 정원이 없다는 그의 각국 정원 비교부터 흥미롭다. 좌우대칭 완벽한 유럽 정원은 화려하고 예쁘나 연기 못하는 배우같이 허망하고, ‘정원의 나라’ 일본 정원은 돌과 모래, 나무와 숲을 소재로 만든 현대미술 작품처럼 사유하게 한다.
중국 정원이 세상 아름다움을 앞마당에 다 끌어모으려 한다면, 한국 정원은 자연 속으로 들어가길 택한다. 산이나 숲에 정자 하나 지으면 곧 정원. 그 아무것도 하지 않은 듯한 무심함에 K정원의 미학이 있다. 자연 속에서 인간인지 자연인지 구분되지 않는 경지다.
전국에 만여 곳 있는 정자와 누각이 다 정원인 셈인데, 22개 ‘윤광준의 명원 리스트’ 중 결정판이 대구 사유원. 한국 정원의 본질이 ‘원경의 차경’에 있다는 확신을 거대한 스케일로 실현한, 세상에 둘도 없는 산지 정원이다. 팔공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자연스러운 자연’이 사람의 손에서 이루어졌다. 그게 바로 K정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