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가 시작되면서 원전 산업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특히 소형모듈원전(SMR)이 미국의 경제·안보에 중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관련 기업들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총괄하는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상업용 원자력과 액화천연가스(LNG)를 포함한 에너지 생산을 확대해야 한다"며 "대형 원전보다는 SMR을 대안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가 SMR의 중요성을 피력하는 것은 자국 빅테크(거대 기술 기업)들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원으로 SMR을 낙점해서다.
원전은 온실가스 배출이 적고 에너지 효율이 높아 탈탄소 에너지로 분류돼 왔다. 거기에 SMR은 주기기가 일체형 설비로 설계되어 배관이 없어 방사능 유출이 낮다. SMR은 상업원전 대비 건설 기간이 짧고 비용이 저렴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원전 생태계는 미국의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 SMR은 핵분열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원자로 설비와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 설비, 각종 안전 관련 설비 등으로 구성된다.
한국은 SMR 주요 설비인 원자로 설비 기자재 제조 분야에서 선두를 지키고 있다. 수십 년간 원전을 운영하면서 무사고를 유지한 만큼 안전성도 검증됐다는 평가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 전부터 수혜가 기대되는 산업으로 꼽히기도 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테라파워에 원자로 지지구조물과 원자로 안에서 일어나는 핵분열을 통제하는 노심 구조물 등을 공급할 예정이다. 증권가는 트럼프 행정부의 재집권을 통한 수혜 기업으로 두산에너빌리티를 꼽았다.
최규현 신한증권 선임연구원은 "글로벌 원전 산업의 성장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며 "미국이 한국 조선 산업을 택했듯, 원전 산업 역시 (협력 대상으로) 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SK그룹은 미국 SMR 업체 테라파워에 2억5000만 달러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SMR 신사업을 함께 그린다. SK그룹의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SMR에서 생산한 전기를 가장 효율적으로 각 수요처에 뿌리는 사업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 정부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정부는 올해 중으로 표준설계를 완료하고 2030년대에 글로벌 SMR 시장 진입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i-SMR 홀딩스(가칭)' 등 사업화 기관을 설립하고 지식재산권 관리방안 등 사업화 기반을 선제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와 민간 기업이 힘을 합쳐 관련 사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는 만큼, 미국이 한국만 한 파트너를 찾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원전 산업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지만, 현재 미국은 원전 활성화를 확실히 한 상황"이라면서 "국내 기업들에 큰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