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K-백신 허브'서 제2의 팬데믹 막는다

2025-02-23

고려대의료원 백신혁신센터

전주기 백신 개발 시스템 구축

최첨단 감염병 연구 환경 조성

mRNA 기반 한타바이러스 개발

바이러스와의 싸움은 언제나 힘겨웠다. 예측하기 어려운 신종 감염병이 주기적으로 찾아와 인류를 위기에 빠뜨려서다. 다행스러운 건 인류를 위협하는 바이러스가 나타날 때마다 새로운 보호 무기도 생겨났다. 백신이다. 이는 질병과의 전쟁에서 면역력을 획득하는 최선의 수단이다. 백신이란 방패가 있다면 감염병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다.

문제는 백신 주권 확보다. 자국의 백신 기술로 공중 보건 위기 상황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백신 연구개발 과정은 순탄하지 않다.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할뿐더러 앞으로 어떤 바이러스가 등장할지 예측하기도 어렵다. 누구도 백신 연구개발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유다.

고려대의료원은 여기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국내 첫 민간 주도의 전주기 백신 개발 시설인 ‘백신혁신센터’를 구축한 것.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하던 2021년 센터를 설립해 연구 기반을 다지는 데 주력했다. 윤을식 고려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은 “의료기관이 당장의 진료에만 급급하지 않고 질병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것을 코로나19 때 절감했다”며 “백신혁신센터를 중심으로 지속가능한 전주기 백신 개발 플랫폼을 구축해 백신 주권을 확보하는 데 앞장설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생물안전 3등급 시설·첨단 장비 구축

백신혁신센터는 고려대의료원의 연구 집약체다. 최첨단 연구를 수행하는 전초기지로 꼽히는 정릉 메디사이언스 파크에 새 둥지를 튼다. 올해 상반기 안암에서 나와 확장 이전·개소를 앞두고 있다. 정식 명칭은 ‘정몽구 백신혁신센터’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기부한 100억원을 마중물로 연구기지를 마련했다. 새 연구실에는 고위험 병원체를 다루는 생물안전 3등급(BL3·ABL3) 시설이 들어선다. 다양한 신종 병원체와 백신을 안전하게 연구할 수 있는 곳이다. 유전체 분석부터 세포 배양, 면역 화학 분석 등이 가능한 대규모 중앙실험실을 완비할 예정이다.

장비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초저온 냉동고와 IVIS 광학 영상 시스템, 이미지 처리 기반 초고속 세포 분석 장비, G3 로봇 워크 스테이션 등 고가의 첨단 장비를 도입해 백신 연구개발 환경을 개선한다. 윤 의료원장은 “향후 임상시험 검체 분석 관리 기준(GCLP) 인증을 획득하면 검체 분석에 탁월한 역량을 갖출 것으로 기대한다”며 “백신혁신센터에선 비임상부터 임상까지 백신 개발 전주기 연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고려대의료원은 이미 백신 개발을 주도한 경험이 있다. 1970년대 세계 최초로 한타바이러스를 발견해 백신을 개발한 곳이 고려대의료원이다. 노벨생리의학상 후보로 꾸준히 거론됐던 고(故) 이호왕 고려대 명예교수가 유행성 출혈열의 병원체(한타바이러스)를 발견하고, 예방 백신인 한타박스를 개발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감염내과 교수들은 2009년 녹십자와 신종플루 백신을 만들었다. 2016년에는 SK케미칼과 함께 세계 첫 세포배양 4가 독감 백신 탄생을 주도했다. 새로운 감염병이 창궐할 때마다 방역 최전선에서 백신 연구를 이끌어왔다.

핵심 연구 인력으로 협력 체계 마련

백신혁신센터의 목표는 신종 감염병에 대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효과적이고 안전한 백신을 개발하는 데 집중한다. 연구 역량은 충분하다.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정희진 교수(고려대구로병원장)를 필두로 최적의 핵심 연구 인력을 갖췄다. ▶센터 운영을 담당하는 연구지원부 ▶기초·비임상 연구를 추진하는 혁신연구부 ▶임상시험 연구를 맡는 개발추진부로 센터 진용을 짰다. 윤 의료원장은 “감염병 연구는 고려대의료원의 가장 자신 있는 분야”라며 “우수한 연구 인력과 함께 최첨단 연구 시설에서 다양한 병원체에 대한 백신을 미리 연구한다면 다음 감염병을 발 빠르게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신 개발을 위한 협력 체계도 마련했다. 고려대의료원 백신혁신센터는 글로벌 제약사 모더나와 함께 mRNA 기반의 한타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한다. 이른바 ‘프로젝트 H’다. 현재 비임상 효능 시험 중이다. 2027년까지 임상 1상을 완료하는 게 목표다. 윤 의료원장은 “프로젝트 H를 통해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mRNA 기반 한타바이러스 백신이 개발돼 상용화한다면 감염병 위기 대응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30위권 연구중심 기관으로 도약할 것”

[인터뷰] 윤을식 고려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

“국내 첫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에 도전하겠다.”

지속가능한 전주기 백신 개발 플랫폼 구축. mRNA 기반 한타바이러스 백신 개발. 국내 최초 노벨생리의학상 수상까지. 윤을식(사진) 고려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이 그리는 고려대의료원의 청사진이다. 윤 의료원장은 “연구 혁신 체계를 정립해 신종 감염병을 막아내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대규모 민간 백신 연구 시설 마련이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

백신혁신센터는 전주기 백신 개발 플랫폼이다. 민간 의료기관이 주도해서 만든 첫 사례다. 수차례 감염병 사태를 겪으면서 고려대의료원은 외형을 키우기보다 내실을 다지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신종 감염병 대비라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센터 설립을 추진한 것이다.

mRNA 기반 한타바이러스 백신을 개발 중이다.

연구 진행 상황이 긍정적이다. 백신 개발에 성공한다면 성과를 바탕으로 국내 최초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에 도전하려 한다. 연구 역량을 모아 의료원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세계 30위권 연구중심 기관으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다.

협업을 위한 노력은.

전국 병원과도 네트워크를 결성했다. 고려대의료원 산하 안암·구로·안산병원을 비롯해 전국 8개 대학병원이 함께하는 체계(HIMM)를 만들어 환자 검체를 확보하고 있는 상태다. 국내 바이오 기업과도 활발히 협력하고 있다. 2022년 SK바이오사이언스와 손잡고 50억원 규모의 감염병 연구 사업을 수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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