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관람객 500만명 첫 돌파

2025-10-17

국립중앙박물관이 개관 80년 만에 연간 500만 관객 시대를 열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이하 국중박)은 올해 1월 1일부터 이달 15일까지 박물관을 찾은 관람객이 총 501만6382명으로 집계됐다고 17일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 관람객 수(295만5789명)와 비교하면 69.7% 증가했다. 국중박의 연간 관람객이 500만 명대를 기록한 건 1945년 개관(당시 명칭은 국립박물관) 이래 처음이다.

이 같은 숫자는 전 세계 박물관·미술관 상위 5위권에 해당한다. 영국에 본부를 둔 미술 매체 ‘아트 뉴스페이퍼’ 통계에 따르면 2024년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873만7050명), 바티칸 박물관(682만5436명), 영국박물관(647만9952명), 미국 메트로폴리탄 미술관(572만7258명) 등 4개 기관이 500만 이상을 기록했다. 국중박 월별 관람 추이로 볼 때 연말까지 누적 600만 명에 이를 수도 있다.

외국인 관람객도 지난 15일까지 18만5705명을 기록했다. 역대 최다였던 2024년(19만8085명)을 넘어 처음으로 연 20만 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국중박 측에 따르면 17일 방문한 헝가리 출신의 김유디트(67)는 “한국 문화와 한국어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가지고 박물관을 찾았는데, 매우 행복하고 놀라운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어머니가 헝가리인이고 아버지는 1950년대 북한 출신 유학생이었다는 그는 “특히 상설관의 ‘사유의 방’이 가장 인상 깊었다”는 소감을 남겼다.

국중박은 2021년 국보 반가사유상 2점을 나란히 전시한 ‘사유의 방’ 개설을 시작으로 ‘분청사기·백자실’ ‘청자실’ ‘기증관’ ‘외규장각 의궤실’ ‘선사·고대관’ 등 상설전시관을 잇따라 개편했다. 디지털 맵핑과 가상현실(VR)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실감영상관도 가족 단위 관객의 호응을 샀다. 참신한 디자인의 문화상품 ‘뮷즈’ 돌풍도 박물관 인기에 한몫 했다.

다양한 특별전도 국중박과 대중의 접점을 넓혔다. 52만 관객을 동원한 ‘루브르박물관전’(2006년 10월~2007년 3월) 외에도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2023년 6월~10월, 약 36만 명), ‘합스부르크 걸작전’(2022년 10월~2023년 3월, 약 33만 명)과 고 이건희 기증 1주년 ‘어느 수집가의 초대’(2022년 4월~8월, 약 23만 명) 등이 인기리에 회자됐다.

특히 올해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폭발적인 인기로 K컬처의 뿌리인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까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참여형 체험을 넓힌 ‘2025 국중박 분장놀이’, 공연예술축제 ‘박물관 문화향연’ 등 부대행사도 덩달아 인기를 끌었다.

이로써 2005년 국중박이 용산으로 이전한 이래 누적 관람객 수도 6300만 명을 넘어섰다(15일까지 6304만2899명). 박물관 측은 “전시 공간의 새 단장, 감각적 콘텐트 개발, 관람객 참여 프로그램 확대 등 다방면의 노력이 어우러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국중박 외에 소속 지역박물관 관람객도 꾸준히 늘고 있다. 13개 소속박물관 관람객 수는 15일까지 627만987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71만5939명)에 비해 약 10% 증가했다. 국립경주박물관 관람객 수가 134만9003명으로 가장 많고 부여(76만8994명), 공주(68만4377명), 대구(60만926명) 등이 뒤를 이었다. 국중박과 소속 국립박물관 13곳을 합친 총 관람객 수는 1129만6254명으로 프로야구 연간 누적 관중 수(10월 4일 기준 1231만2519명)에 육박하며 연말까진 이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K컬처의 확산과 함께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박물관을 찾는 관람객 규모가 프로야구 관중 수준에 이를 만큼 확대됐다”면서 “전시 콘텐트 확장과 관람 환경 개선, 문화유산 보존·관리 기능 강화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국중박은 오는 28일 디지털, 인공지능(AI) 등 과학 기술을 기반으로 문화유산을 보존·관리할 수 있는 보존과학센터를 개관한다. 광복 80주년을 기념하며 인간 이순신(1545~1598)을 조명하는 특별전, 카타르 이슬람 예술박물관 소장품을 소개하는 ‘이슬람실’ 상설 전시, 미국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품 가운데 로버트 리먼(1891~1969) 컬렉션을 소개하는 전시 등도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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