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진료상 과실, 의료 행위의 구체적 과실 내용 특정해야"

2024-10-20

1심 원고 패소→2심 원고 일부 승소

대법 "개연성 담보되지 않은 사정만으로 손해배상 인정" 파기환송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진료상 과실을 인정하기 위해선 의사의 의료행위 과정에 주의의무 위반이 있는지 등 진료상 과실의 구체적 내용을 특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과실과 결과 사이의 개연성이 담보되고 이에 대한 판단이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김모 씨가 A병원 운영자인 다른 김모 씨와 소속 의사 조모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김씨는 2003~2012년 세 차례에 걸쳐 척추 수술을 받은 이력이 있다. 김씨는 2018년 3월 허리와 좌측 다리 통증으로 A병원을 내원했고, 조씨는 김씨에게 좌측 제5요추-제1천추 추간판 돌출 재발을 진단하고 수술을 권유했다.

이에 김씨는 수술을 받고 퇴원했다. 김씨는 약 열흘 뒤 고열로 다른 병원을 방문했고, 해당 병원에서 수술 부위 주변 감염이 의심된다는 설명을 들었다.

김씨는 A병원에서 혈액검사 등을 시행하고 항생제 등을 투여받았으나 발열이 지속되자, B병원으로 전원 조치된 뒤 감염을 확진받고 수술을 받았다. B병원은 김씨에게 '척추 내 경막상 농양'으로 최종 진단했고, 이에 김씨는 A병원 김씨와 조씨를 상대로 7600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사건 수술 부위에 감염이 발생했다는 사정만으로 A병원 의료진이 수술 과정에서 감염예방 조치를 소홀히 하는 등 감염 발생에 관한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하지만 2심은 원고 일부 승소로 판단하고 김씨에게 24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A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이후 다른 사정없이 약 2주가 경과한 이후 수술 부위에 감염증이 발생했으므로, 다른 원인으로 인해 감염증이 발생했다는 점이 증명되지 않는 이상 A병원 의료진의 과실로 이 사건 수술 부위의 감염증이 발생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급성 감염은 수술 후 1~2주 사이에 나타나며 수술 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통증을 호소하는 특징을 보인다"며 "이런 점 등을 근거로 원고의 감염증은 수술 중 직접 감염에 의해 발생했다고 추정돼, 수술 당시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의료상 과실이 있다고 판단함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판결은 대법원에서 다시 뒤집혔다.

재판부는 "수술 중 직접 오염 이외에 다른 원인으로 인한 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정도로 시간적 근접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감염증 발생이 수술 중 직접 감염에 의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실 자체만으로 감염관리에 관한 진료상의 과실을 추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원심은 조씨가 수술 부위의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수술 전후에 취한 조치가 적정했는지, 감염예방을 위해 수술 의사가 취할 추가적인 조치는 어떠한 것이 있었는지, 또 해당 의사가 이러한 조치를 다 하지 않은 것이 진료상 과실에 해당하는 것인지 등을 심리해 이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끝으로 재판부는 "그럼에도 원심은 이러한 부분이 증명됐는지에 관한 심리·판단 없이 수술 중 직접 감염으로 인해 감염증이 발생했다고 추정한 다음,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만으로 진료상의 과실 및 인과관계를 추정해 피고들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인정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hyun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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