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산림헬기·산불방지 예산 300억 줄삭감…'비상계엄' 여파 컸다

2025-03-27

올해 산림헬기 938억·산불방지대책 578억 투입

상임위서 증액됐으나…비상계엄 사태로 미반영

매년 국감서 지적…예산 증액 통과 막혀 '도루묵'

윤준병 의원 "기재부가 증액분 반영 안해" 비판

[세종=뉴스핌] 이정아·백승은 기자 = 전국 곳곳에서 대형산불이 잇따르는 가운데, 산불 예방과 진화에 필요한 예산이 국회 심의 과정에서 오히려 삭감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상임위 차원에서 증액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예산 심사가 무산되면서 이번 산불 대응 부실에 대한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27일 <뉴스핌>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산림청 예산안은 전년 대비 0.5%(120억원) 증가한 2조6246억원으로 편성됐다.

이중 산림헬기 도입·운영 예산은 전년(1123억4400만원) 보다 16.4%(184억8600만원) 감소한 938억5800만원이다. 산불방지대책 예산도 전년(624억3400만원) 보다 7.3%(45억6500만원) 줄어든 578억6900만원으로 확정됐다.

다만 국회 농해수위와 예결소위는 기후위기로 세계 곳곳에서 산불이 빈발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산림헬기 도입·운영과 산불방지대책 예산을 각각 172억원, 114억7900만원 증액해 예결위에 상정했다.

그러나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로 국회 증액심사가 멈춰 서면서 상임위 증액은 물거품이 됐다. 정부 예산안 그대로 국회를 통과하면서 상임위에서 증액한 예산이 모두 삭감된 것이다.

예산 부족은 대형산불의 화마를 이기지 못했다. 경북 의성에서 시작한 산불은 북동부권 4개 시군으로 번지며 이날 오전 10시 기준 56명의 인명피해를 냈다. 이중 사망자는 절반에 가까운 26명이다.

산림청이 보유한 산불 진화용 헬기 50대 중 31대는 도입 20년을 넘긴 기종으로 장비 노후화 문제가 이전부터 꾸준히 지적됐다.

노후화에 더해 헬기 부품 수급 문제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관련 부품을 구하지 못해 결함이 생겨 작전을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도 잦았다. 산불 진화용 헬기의 결함으로 인한 작전 미수행 건도 2023년 23건, 지난해 12건에 달한다. 가동률 역시 지난해 70.1%로 10대 중 3대는 미가동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헬기 정비 인력도 열악하다. 산불 진화용 헬기 1대당 1.9명 수준이다. 자체 헬기를 운영하는 해양경찰청은 1대당 5.5명으로 3배 수준이다. 소방청과 경찰청도 각각 4명과 3.3명 수준이다. 산림청도 이에 준하는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헬기 외 문제도 제기돼 왔다. 특히 산불확산예측시스템이 미흡하다는 의견은 꾸준했다. 산불 발화지의 위치와 지형, 기상 조건 등을 분석해 산불이 얼마나 확산할지 예측하고 인근 주민 대피 등에 활용되는 시스템이다. 지난 2021년~2023년 발생한 피해 면적 10헥타르(ha) 이상 산불 68건 중 16건에서 이 시스템이 활용되지 않았다.

산불감시 폐쇄회로(CC)TV 활용도도 문제 중 하나였다. 지난 2019년~2024년간 발생한 산불 3199건 중 CCTV로 발견된 산불은 0.3%인 8건에 그쳤다.

관련 문제들은 국정감사에서 꾸준히 거론됐지만, 결국 증액 예산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며 해결되지 않았다. 특히 한 대당 수백억원을 호가하는 산불 진화용 헬기는 예산 부족 사태에서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이다.

윤준병 농해수위 예결소위원장은 "오늘의 비극 앞에서 작년의 예산 심사 과정을 다시 떠올릴 수밖에 없다"며 "작년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예산당국인 기획재정부는 끝내 산불방지대책 예산 증액분을 반영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오는 추가경정예산(추경) 심의에서는 적어도 산림청의 산불방지대책 예산만큼은 충분히 반영되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다시는 같은 후회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plu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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