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 본점을 둔 회사는 국내법을 준수하지 않아도 될까

2024-09-03

이 글은 최앤리 법률사무소 김승균 변호사의 기고문입니다. 스타트업을 위한 양질의 콘텐츠를 기고문 형태로 공유하고자 하는 분이 있다면 벤처스퀘어 에디터 팀 editor@venturesquare.net으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최근, 플립으로 해외에 본점을 두는 회사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더불어, 해외에 본점을 두는 것 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여 해외에서 영업을 영위하는 회사들도 많아지고 있구요. 종전 칼럼에서도 플립으로 인한 근로자의 이직 시 스톡옵션 재부여 의무여부를 다룬 적도 있었죠? 이번 칼럼은 해외에 회사가 본점을 두고, 해외 또는 국내에서 영업활동을 영위하는 경우 해당 외국법을 준수해야 하는지, 국내법을 준수해야 하는지에 대한 칼럼입니다.

1. 준거법에 대한 법리

준거법이란, 외국적 요소가 포함된 법률관계에서 어떤 국가의 법을 적용할지 결정하는 법을 의미합니다. 영어로는 Governing Law라고 합니다. 준거법에 관하여서는 우리 국제사법이 그 준거법의 결정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먼저 계약에서 준거법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국제사법 제46조 제1항은 ‘당사자가 준거법을 선택하지 아니한 경우에 계약은 그 계약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의 법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밀접한 관련’에 관해서 우리 판례가 아직 해당 의미를 구체적으로 기술한 판례는 없습니다만, 각 사안에 따라서 밀접한 관계를 파악하고 있습니다. 개략적인 판단 기준으로는, i) 회사의 실제 영업이 어디에서 이루어지고 있는지, ii) 회사의 본점 소재지가 어디인지, iii) 문제가 된 법률행위(계약 등)의 이행지가 어디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준거법을 판단하게 됩니다.

그러나 보통 외국적 요소가 포함된 계약서에는, 미리 준거법을 정해두는 조항이 있습니다. 원칙적으로 준거법은 당사자가 선택한 준거법에 따르나(국제사법 제45조 제1항), 이렇게 준거법을 외국 법으로 정해두었다고 하여 당사자가 무조건적으로 대한민국 법률의 적용을 배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와 관련한 문제에 대해서는 국제관할 및 준거법을 결정하는 국제사법 및 해당 법률행위를 규제할 수 있는 개별법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2. 개별법들의 적용

국제사법 제47조는 소비자계약에 관련하여, 제1조에서 “소비자계약의 당사자가 준거법을 선택하더라도 소비자의 일상거소가 있는 국가의 강행규정에 따라 소비자에게 부여되는 보호를 박탈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소비자에게 부여되는 보호를 규정하는 대표적인 대한민국 법률 중 하나로는 전자상거래법이 있겠습니다.

예를 들자면, 전자상거래법 제17조는 청약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습니다. 청약의 철회가 계약내용에 관한 서면을 받은 날 또는 서면을 받지 못한 경우에는 통신판매업자의 주소를 안 날이나 청약철회의 방해행위가 종료한 날로부터 7일 이내에는 기존 재화의 구매 계약 체결에도 불구하고 청약의 철회를 할수 있도록 규정하는 조항입니다. 사적자치의 원칙의 예외로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이러한 규정을 두고 있는 것이죠.

해당 법률은 당사자간의 합의로도 배제할 수 없는 강행규정으로서, 위 국제사법 제47조에 따라 ‘소비자의 일상거소가 있는 국가(=대한민국)의 강행규정(=전자상거래법 제17조)”에 해당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따라서, 만일 i) 국외에 본점을 둔 법인과 국내에 거주하는 소비자가, ii) 준거법을 미국 특정 주의 법으로 결정하고, iii) 위와 같이 청약 철회 불가의 규정을 별도로 계약서에 두었더라도, 소비자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소비자는 계약서를 받은 날로부터 7일 내에 청약철회를 하여 환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죠. 이러한 법률의 적용여부는 회사의 본사가 어디에 소재하는지와 무관하게, 소비자의 거소가 어디인지에 따라 결정되게 됩니다.

이러한 법리와 관련하여, 종전 외국법인인 구글에 가입한 이용자가 구글을 상대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여 개인정보 및 서비스 이용 내용의 정보공개를 구한 사안에서, 구글과 이용자 간의 서비스 약관상 준거법 합의가 있더라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이용자의 권리보호에 관한 규정들이 적용되어, 상기한 이용자의 정보공개청구가 이유 있다고 우리 법원 또한 판시한 바가 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5. 10. 16. 선고 2014가합38116 판결).

3. 그렇다면 개별법의 적용을 어떻게 판단하여야 할까요?

사실 개별법을 하나하나 다 살펴보시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국제사법 제48조에서는 근로계약 또한 소비자계약과 유사하게 강행규정에 따라 근로자에게 부여되는 보호를 박탈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죠. 각 개별법에서 정하여두는 규제가 많기 때문에, 사업을 운영하시는 스타트업의 대표님들은 어떠한 법률, 특히 그 법률 중에서도 어떠한 조항이 준거법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적용되는 강행규정인지를 판단하시는 데 어려움이 있으실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외국에 본점을 둔 회사더라도 소비자를 위한 법률, 근로자를 위한 법률 등 어느 정도 규제가 촘촘하다고 판단되는 법률 등 에 대해서는 국내 법률을 준수하시어 사업을 영위하시는 것을 권장드립니다. 비록 외국에 본사를 두셨더라도, 국내에서 사업을 영위하신다면 국내 고용노동부가 배포하는 근로계약서를 기반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하시고, 공정거래위원회가 배포한 계약서 양식 등을 기초로 하여 계약서를 체결하신다는 방식 등으로 사업을 영위하시는 것처럼 말이죠.

부득이 해당 조항들을 준수하지 못하였을 경우에도, 소비자보호원, 공정거래위원회, 노동청 등 정부기관 등으로부터 시정 권고를 받으신 경우에는 법률사무소의 상담을 통하거나, 그러할 여력이 없으신 경우 지체없이 해당 권고를 준수하시어 사업을 영위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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