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AI(인공지능)가 대학교 과제를 대신 써주고 AI를 활용한 대규모 부정행위가 성행하는 시대를 맞아 미국 교육계가 고대 그리스식 평가로 회귀했다. 교수들은 인공지능이 넘볼 수 없는 구술 시험으로 학생의 비판적 사고력과 학습 진정성을 점검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2일(현지시간) 'AI 시대의 반격…교수들, 구식 방법으로 시험 부정을 막다' 제목의 기사에서 AI 플랫폼 챗지피티(ChatGPT) 돌풍 이후 대학가가 '사고의 외주화(인지적 오프-로딩)' 문제에 직면했다며, 학생들이 에세이나 시험을 AI에 의존하며 학습의 깊이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교수들이 수천 년 된 전통의 구술 시험(Oral Exam)을 다시 꺼내 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구술 평가는 AI 탐지 프로그램보다 신뢰도가 높고, 실제로 학생의 개념 이해와 논리적 사고를 즉각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미 와이오밍 대학교 종교학과 캐서린 하트만 교수는 지난해부터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30분간 일대일 구술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WP에 "공부는 근육을 키우는 일이다. AI에 의존하는 건 '체육관에 지게차를 들여오는 것과 같다'"며 스스로 하는 학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트만 교수의 구술 시험을 치른 한 학생은 "이 시험에선 AI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며 "진짜로 공부한 사람만 통과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구술 시험은 인문학을 넘어 공학, 과학, 경영학 등 대규모 강의에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밴더빌트대의 마크 친 교수는 데이터 과학 입문 수업에서 구술 평가를 도입해, 학생에게 직접 프로그래밍 코드의 작동 원리를 설명하게 한다. 웨스턴 온타리오대에서는 600명 규모의 경영학 수업에도 구술 시험을 적용했다. 캘리포니아 주립대(UC 샌디에이고) 학문적 진실성 사무소의 트리샤 버트럼 갤런트 소장은 "구술 평가는 AI 시대에 필요한, 직업 현장에서의 설명·소통 능력을 기르는 훈련"이라고 평가했다.
WP에 따르면 일부 학생들이 구술 시험 준비에 AI를 보조 도구로 쓰기도 하지만, 시험 자체는 인간의 즉흥적 사고 없이는 불가능하다. 일리노이 주립대의 조디 홀스텐 라이작 교수는 온라인 구술 시험 도중 한 학생의 AI 사용 정황을 포착했지만, AI가 핵심 개념을 묻는 종합 질문에 즉시 답변하지 못해 결국 그 학생이 낙제 처리됐다고 밝혔다.
하트만 교수는 학생들에게 매 학기 토론형 질문 목록과 핵심 개념을 제공하면서, "구술 시험의 목적이 지식을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논리를 세우는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라고 공지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 한 학생은 "AI 덕분에 숙제는 빨라졌지만, 구술 수업이 있었을 때 훨씬 많이 배웠다"며 "이 방식은 AI의 속도를 넘어 생각의 깊이를 깨닫게 해준다"고 털어놨다.
WP는 AI 탐지기보다 신뢰할 수 있고, 표절 걱정도 줄인 '구술 시험의 르네상스'가 미국 대학가에서 '포스트-AI 시대의 학습 복원 운동'으로 평가받는다고 전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이 흐름이 단순한 부정행위 방지책을 넘어, 인간 고유의 사고력과 표현력 자체를 회복시키는 교육 혁신의 신호탄이라고 보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dczoomi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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