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콩계 기업 CK허치슨이 파나마 운하 항만 지분을 미국계 자본에 팔게 된 배경에 월가의 ‘큰손’ 래리 핑크 블랙록 최고경영자(CEO)의 영향이 있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5일(현지시간) 여러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190억달러(약 27조4000억원) 규모의 운하 항만 운영 지분 거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와 전 세계를 아우르는 월가의 수익 추구가 결합한 놀라운 결과물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자산운용사이자 CK허치슨이 운영하던 항만을 인수한 블랙록의 핑크 CEO는 지난 1월21일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고 몇 주 뒤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파나마 운하 양쪽 항구를 매입해 그곳을 미국의 통제 하로 바꾸는 데 관심이 있다면서 그렇게 하면 미국이 100년 된 운하를 강제로 점령할 필요가 없게 된다고 얘기했다.
이후 블랙록은 항구 매입 협상을 빠른 속도로 진행했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협상 내용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과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도 관련 소식을 계속 전달받았다고 한다.
결국 지난 4일 아시아에서 가장 부유한 가문 중 하나인 리 가문이 경영하는 CK허치슨은 항구 운영권 지분 90%를 블랙록-TiL 컨소시엄에 넘기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블랙록-TiL 컨소시엄은 파나마 운하의 양쪽에 있는 발보아 항구와 크리스토발 항구를 포함해 전 세계 43개 항만 사업을 190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 연설에서 블랙록 컨소시엄의 파나마 항구 인수 결정을 두고 “운하 환수를 위한 한 걸음”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바로 오늘 미국의 한 대기업이 파나마 운하 주변의 두 항구와 파나마 운하와 관련된 다른 많은 것들을 매입한다고 발표했다”며 “파나마 운하는 미국인에 의해 미국인을 위해 건설된 것이지 다른 사람을 위해 건설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핑크 CEO는 파나마 운하의 소유권을 되찾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열망을 이용해 블랙록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프라 계약을 성사했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승리를 안겨줬다”고 짚었다.
소식통들은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미국 투자회사가 파나마 운하 항구를 인수해야 중국의 영향을 줄일 수 있으며, 그의 지원이 없었다면 이번 거래가 성사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핑크 CEO가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점도 이번 거래 성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는 “이번 거래는 (미국 영토에서) 멀리 떨어진 민간 시장에서 주요 거래를 성사하고 다른 대형 자산운용사들과 경쟁하려는 블랙록의 야망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