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비대면 진료 전면 허용 1년…‘핵심’이 빠졌다”

2024-11-22

팬데믹 당시, 코로나19에 감염됐었다면 한 번쯤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이용했을 수 있다. 당시만 하더라도, 코로나19에 걸리면 약 일주일간 외출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을 방법이 없었다. 이때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비대면 진료 앱’이다. 스마트폰을 통해 원격으로 의사를 만나, 증상을 설명하면 이를 토대로 의사가 처방을 해주고 집으로 약 배송까지 해주는 서비스다. 이용자는 집에서 약을 받기만 하면 됐다.

그러나, 팬데믹이 해제된 이후 비대면 진료 서비스에 제한이 생겼다. 가장 먼저 가로 막힌 것은 약 배송과 초진 환자 제한이다. 이러한 피해는 고스란히 이용자 몫이 됐다. 이용자는 비대면 진료 후, 주변에 있는 약국에 처방받은 약이 있는지 전화로 물은 후 약국에 직접 들러야 했다. 비대면 서비스가 처음인 이용자의 경우 대면 진료 후에야 비대면 서비스가 가능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진료를 경험했던 사용자들은 서비스에 대한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결국 정부는 고무줄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초진 금지, 약 배송 금지 등의 제한을 두다가 지난 해 6월 초진 환자까지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그해 12월에는 휴일, 야간 진료 기준을 확대했고, 올 2월에는 의정갈등으로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전면 허용했다. 단, 일반 사용자 대상 약 배송은 여전히 금지된 상태다.

비대면 진료 서비스에 대한 정부의 고무줄 정책은 이용자들은 물론, 의료계, 서비스 업체들까지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특히 비대면 진료 서비스 스타트업들의 경우 다시 서비스가 규제를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에 쉽사리 투자를 할 수 없는 불안감에 놓여있다.

비대면 진료 서비스 시범 사업이 약 1년을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현재 시장은 어떤 상황일까. 선재원 원격의료산업협의회 회장(=사진)을 만나 업계 이야기를 들어봤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에는 메라키플레이스(나만의 닥터), 닥터나우를 비롯한 16곳의 기업이 속해 있다.

비대면 진료 서비스 현황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부터 의정갈등으로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전면 허용했다. 희망하는 의원, 병원 등 모든 의료기관에서 비대면 진료를 시행할 수 있다. 비대면 진료는 초진, 재진 상관없이 모두 받을 수 있다. 단, 의약품 수령은 본인 또는 대리 수령(환자 직계존속 등)만 가능하다. 약 배송은 섬, 벽지 환자, 장애인 등 의료취약계층, 희귀질환 환자 등 제한된 범위에서만 허용된다.

-비대면 진료 서비스, 요즘 어떤가?

시장 자체는 크고 있다. 의정 갈등으로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기도 하지만, 지난 5년간 사람들이 비대면 진료 서비스에 익숙해진 점이 큰 것 같다. 비대면 진료 시장 규모가 작년 대비 올해 초 최소 10배 정도 커졌을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아쉬운 점은 진료는 비대면으로 받되, 약은 대면으로 받아야 한다.

-비대면 진료 서비스에 대한 규제가 짧은 시간에 많이 바뀌어서 헷갈린다. 초진은 대면으로 받아야 한다는 등의 제한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초진 비대면 진료 제한은 약 1년 전쯤 완화됐다. 이용자와 의사 입장에서는 비대면 진료 정책의 안정성이 없어 혼란스러울 수 있다.

-그럼 지금은 어떠한가?

초진 제한이 없어진 것 외에도, 올 초부터 의정갈등으로 인해 이용 시간 제한도 완화됐다. 당시 정부에서 의정갈등으로 의료공백 사태로 정의를 내리면서 풀어줬다.

-정책이 자꾸 바뀌다보니, 이용자와 의사 입장에서도 혼란스럽지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입장에서도 난처할 것 같다

그렇다. 정책의 안정성이 없어서 저희도 서비스에 큰 투자를 하기가 어렵다. 과거 코로나19로 오미크론이 확산하던 당시, 보건소에서 나만의닥터 등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권유했다. 당시 피땀을 흘리며 국민 보건에 힘을 썼지만, 지금은 섭섭한 부분이 있다.

-당시 많은 사용자들이 이용했던 만큼 비용, 인력 등의 리소스 투입을 많이 했었을 것 같다

그때 가장 많이 리소스를 투입했던 것은 약 배송 ‘배달비’다. 사용자에게 배달비를 받지 않고 저희가 약 배송 건당 1만원을 지출하면서 서비스를 했다. 당시 사람들이 코로나19로 너무 아파해서 비용을 받기도 어려웠다. 저희의 서비스를 일종의 공공 서비스처럼 이용을 하던 분위기였다. 열심히 한 만큼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생각보다 그렇지 못했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약 배송’ 규제 개선인가?

그렇다. 서비스를 하다보면 진료 서비스까지는 완벽하지만 약 배송을 집에서 받지 못해 아쉽다는 사용자 피드백을 많이 받는다. 몸은 아픈데 직접 약을 지으러 밖으로 나가야 하고, 심지어는 집 주변 약국에 처방 받은 약이 없을 수 있다. 그래서 주변 약국에 전화를 걸며 찾는 약이 있는지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몸이 아픈 사용자들의 입장에선 번거로운 일일 수밖에 없다. 특히 소아과의 경우 아기가 아프면 밖으로 어렵다. 그래서 비대면 진료를 썼는데, 결국엔 밖으로 나가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약 배송이 안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약사회의 반대가 크다. 그들의 약 배송 반대 이유는 이렇다. 약 배송이 되면 동네의 작은 약국들이 없어진다는 이유다. 예를 들어, 강남구에 큰 약국 하나만 있어도 약 배송으로 인해, 모든 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니까 자본가들이 플랫폼과 결탁해 배송을 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하시는 것 같다.

그러나, 공장용 약국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약국에는 약사가 있어야 하고, 약사가 약을 지어야 하는 것이 현행 법이다. 또 (약국이 사용자와 가까울수록 좋은 만큼) 거리 때문에라도 저희도 그런 것을 원하진 않는다. 저희 입장에서도 동네 약국을 통한 약 배송이 비용 등에 있어 훨씬 효율적이다.

또 비대면 진료 서비스가 아무리 커져도 대면 진료를 대체하진 않을 거라고 본다. 결국 전체 진료의 10~15% 정도 차지할 것으로 보는데, 이 비중으로 모든 동네 약국이 죽고 큰 약국 하나가 만들어진다는 주장은 기우로 본다.

-해결방안 중 하나로, 약 배송 약국을 사용자 근거리에 있는 곳으로 제한을 두면 되지 않나?

그것도 약사회에 제안을 드렸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다고 말씀을 하신 것 같다. 비대면 진료 서비스가 결국 커지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를 하신다.

-말씀하신 것으로는 약사회에서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비대면 진료 항목이 제한되어 있지 않나?

그렇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항정신성 의약품, 발기부전치료제, 스테로이드 등 비대면 진료 서비스 제한 항목을 지정해뒀다.

-지금 여러 이유에서 비대면 진료 업계가 혼란스러운 것 같은데, 업계도 많이 정리가 됐을 것 같다

그렇다. 원산협 회원사는 16곳이고,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하는 곳은 10개 안팎인 것 같다. 이 수는 전년 대비 3분의 1 정도로 줄었다.

-가장 중요한 이야기가 될 것 같다. 협회에선 ‘약 배송’ 규제를 풀어달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비대면 진료 서비스가 규제를 해소해 줄만큼의 사회적인 가치가 어느 정도 있다고 보는지?

저희(나만의닥터)가 해양수산부와 함께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도서산간 지역에 ‘비대면 섬닥터’를 서비스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에 드론으로 약 배송을 하는 서비스다. 이렇듯 약 배송이 다양한 의료 취약지나, 의료 취약계층에게 제공하는 역할은 확실하다.

-약물에 대한 오남용도 비대면 진료 서비스에 대한 우려 중 하나로 꼽히지 않나?

그렇다. 그러나 처방은 결국 의사가 하고, 오남용이 될만한 의약품은 이미 비대면 진료 처방이 금지가 되어 있다. 약물 오남용은 비대면 진료여서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라, 대면 진료에서도 언제나 생길 수 있는 문제로 본다. 오히려 플랫폼이 이를 모니터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내 비대면 진료 시장 규모는 얼마나 되고, 앞으로 얼마나 커질 것으로 보나?

시장의 규모를 측정하긴 어렵다. 급여 진료인 경우 정부에서 추적이 되는 반면, 피부질환 등 비급여 진료는 각 플랫폼에서만 수치를 알 수 있다. 그래서 정확한 수치를 알긴 어렵지만, 내부 수치를 보면 대면 진료 대비 비대면 진료는 1% 수준이다. 저희는 이 시장이 앞으로 10배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왜 그렇게 전망하는지?

미국의 사례를 보면 그렇다. 미국이 코로나19가 정점이었을 때 비대면 진료 서비스 이용률이 전체 진료 서비스 대비 35%까지 올라갔다. 현재는 10%대로 머물러 있다. 우리나라는 모바일에 더 친숙한 나라인 점을 고려하면, 이보다 시장이 더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미국의 비대면 진료 산업 현황은 어떤가?

미국은 비대면 진료 서비스 시장이 많이 정리됐다. 현재 ‘텔라닥’이라는 업체가 가장 시장 점유율이 크다. 미국은 약 20년간 비대면 진료 서비스가 이뤄졌는데, 코로나19를 계기로 또 다른 의료 서비스 이용 행태로 자리잡았다.

-또 어느 국가 사례를 참고하나?

싱가포르, 홍콩, 일본 등도 함께 보고 있다. 해당 국가들은 규제가 열려 있는 상황이다. 사용자들에 대한 비대면 진료 서비스에 대한 인식은 나라마다 다르다. 싱가포르는 많은 사람들이 이용을 하고 있는 반면, 일본은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인식으로 아직까지 기존 이용자들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된 것으로 알고 있다.

-협회는 요즘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이 1년 동안 진행되면서 이 시장이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 조사를 많이 했다. 얼마 전 국정감사에서 다이어트 주사제 관련 부작용, 오남용에 대한 지적이 나와서 그에 대한 입장문도 냈었다.

앞으로 회원사들의 자율규제 작동을 위해 어떤 방법이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 내부에서 각 사의 서비스가 잘 운영될 수 있도록 서로 피드백을 줄 계획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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