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선 부사장, 아워홈 1.5조원 인수 추진
기존 거래 영향 주시…단체 급식 ‘지각변동’
한화그룹이 국내 2위 단체급식 업체인 아워홈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향후 급식업계에 미칠 여파가 주목받고 있다.
급식업체의 최대주주가 변경되면 기존 거래 계열사와의 신규 계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단체급식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아워홈 경영권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한화 측은 이번 딜에서 아워홈 가치를 1조5000억원 수준으로 책정했다. 매입 지분 물량은 100%다. 다만 한화그룹이 아워홈 인수를 끝까지 완주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단체급식 시장에 재진출하는 것은 현금창출력이 높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영업이익률 자체는 낮지만 업황이 요동치는 업종이 아니라는 점은 장점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인 김동선 부사장은 최근 식음료 사업을 강화하려는 의지를 꾸준히 드러내고 있다.
국내 단체급식 시장은 2023년 기준 6조원대로 추산되고 있다. 단체급식 시장은 삼성웰스토리, 아워홈, 현대그린푸드, CJ프레시웨이, 신세계푸드 등 상위 5개 업체가 시장의 80%를 점유하는 과점 시장이다. 계열사나 친족기업 계열사의 단체급식 수의계약을 통해 성장해 왔다.
특히나 한화그룹이 영위하는 우주항공, 방산, 에너지, 소재 등의 사업은 단체급식을 수주하기 좋은 사업장들이다. 또 단체급식 사업의 역량을 높이기 위한 관련 기술도 계열사 내에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무엇보다 아워홈이 전국 각지에 갖춘 급식사업장과 식자재유통망은 한화가 푸드테크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가 될 수 있다. 올 6월 기준 아워홈은 전국 850여개 사업장에서 하루 200만식을 제공하며, 전국 8개 생산시설과 14개 물류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인수가 성사되면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2020년 약 1000억원에 매각했던 급식 및 식자재유통 사업을 5년여 만에 다시 시작하게 된다. 아워홈이 시장점유율과 매출에서 삼성웰스토리에 이은 업계 2위라는 점을 고려하면 단숨에 핵심 사업자로 올라설 수 있다.
이와 함께 한화그룹 계열사의 단체급식 입찰을 따낼 경우 추가 외형 성장도 기대할 수 있다.
급식 사업 확장에 대한 환경도 긍정적이다. 정부가 2021년을 기점으로 대기업 단체급식 일감 개방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고, 부당한 물량 몰아주기에 대해 엄정 감시·제재하기 시작하면서 중소기업 보다는 중견기업들의 기회가 더욱 확대되고 있어서다.
여기에 물가 상승으로 직장인들의 점심값 지출이 늘어나는 이른바 ‘런치플레이션(런치+인플레이션)’이 극심해지면서 올해도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직장인들이 크게 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주요 식자재 업계의 급식사업이 더욱 힘을 받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이런 배경으로 인해 급식 사업에 뛰어드는 신규 기업도 늘고 있다. 앞서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매각한 ‘푸디스트’는 사조그룹이 인수한 바 있다. 사조그룹은 지난해 6월 사모펀드인 VIG파트너스를 통해 푸디스트의 주식 99.86%를 매입했다.
아워홈의 매각은 단체급식업계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단체급식산업이 실제로 어느 정도의 산업적 가치가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첫 번째 사례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체급식산업은 일반적으로 매출액에 비해 영업이익과 순수익이 낮아 보이지만 안정적인 사업이기 때문에 실제 가치는 훨씬 더 높다고 봐야 한다”며 “단체급식산업이 가진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