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의 여파로 우리 경제가 불확실성 위기를 맞이한 가운데 국회가 국내 핵심 경제단체 중 한 곳인 한국경제인협회를 패싱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국정 공백 사태 속에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 파고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민관정 ‘원팀’을 꾸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7일 재계와 국회에 따르면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등 경제 4단체 대표와 국회에서 간담회를 열었다.
하지만 이날 간담회에 류진 한경협 회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류 회장이 미국이나 지방 출장 일정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국회의장 측으로부터 따로 초정을 받지 못해 경제단체장 면담에 참석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처음부터 한경협은 면담 대상에서 빠져 있었다는 의미다.
재계에서는 과거 국정 농단 사태의 ‘원죄’를 갖고 있는 한경협을 야권에서 아직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우 의장은 현재 당적을 정리한 무소속 신분이지만 과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이력이 있다. 민주당은 삼성·SK·현대자동차·LG 등이 한경협으로 복귀하는 것을 두고도 “국정 농단 사태를 망각한 행위”라며 강도 높게 비판해왔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당리당략을 떠나 국가적인 비상 상황에서 기업의 대표적 소통 창구인 경제단체를 패싱하는 게 옳으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류 회장은 부자(父子)가 대통령을 지낸 조지 부시 가문과 각별한 친분을 이어오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최측근과도 개인적 인연을 이어갈 정도로 국내 최고 수준의 대미 네트워크를 갖춘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우 의장은 간담회에서 미국·중국 등 중요 국가에 의장 특사를 파견하겠다고 밝혔는데 대한민국 전체를 뒤져도 류 회장보다 특사 자리에 적임인 사람은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달러 환율이 연일 급등하고 수출까지 흔들리는 상황에서 정치적 선명성이 위기 대응의 고려 요인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