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년 말까지 은행 감독 부문 인력 30%를 감축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금융 부문의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중앙은행의 감독 기능이 손질에 들어가자 금융 안정성 논란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30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미셸 보먼 연준 이사(은행 감독 담당 부의장)은 연준 본부의 감독 및 규제 부서 인력을 현 약 500명에서 2026년 말까지 350명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또 관련 부서를 비즈니스 지원 그룹으로 개편하고 업계와 소통을 전담할 새로운 직책을 신설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명예퇴직과 자발적 퇴직 보상제 등을 활용해 인력 감축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행정부 핵심 인사들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비판하고 금융감독기관에 은행 규제 완화를 압박하는 가운데 나왔다. 연준의 은행 감독 부서는 수천 개의 은행지주회사와 주 정부 인가 은행을 관리 감독하는 조직이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최근 한 기고문에서 “연준이 임무 확장과 조직 비대화에 빠져 미국의 경제정책 전반에서 지나치게 큰 역할을 하게 됐다”며 “그 결과 통화정책의 독립성이 훼손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인력 감축을 주도하는 인물이 보먼 이사라는 점도 주목된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1기 집권기였던 2018년 연준 이사로 임명한 인물로 올해 6월 감독 담당 부의장으로 재지명됐다. 현재 차기 연준 의장 후보군 5인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있다.
연준의 규제 완화가 이어질 경우 은행들의 대출 여력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컨설팅사 ‘알바레즈앤마살’은 연준이 검토 중인 규제 완화안이 시행될 경우 은행들이 자기자본비율을 낮추면서 미국 내 차입자들에게 2조 60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대출 여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규제 완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미 상원 은행위원회 소속의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의원은 “연준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한 감독 체제를 되살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연준은 감독·규제 인력을 대폭 줄이면서 동시에 대형은행들이 원하던 규제 완화 목록을 그대로 들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