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정의 나라가 그곳을 감싸고 있고 마술이 있는 곳, 꿈속같이 아름다운 요정의 도시.’ 인도의 국부 자와할랄 네루가 1940년 카슈미르 지역을 유람한 뒤 남긴 헌사다. 전설적인 록그룹 레드 제플린은 ‘태양이 내 얼굴에 부딪히고 별들이 내 꿈을 채우는 곳’이라고 노래했다. 히말라야산맥의 서쪽 끝부분에 있는 카슈미르는 해발 8000m가 넘고, 면적은 한반도와 비슷하다. 경치가 빼어나 무굴제국 시절부터 황제의 별장이 지어질 만큼 유명한 관광지다. 이 지역 산양 털로 만든 양탄자가 명품으로 인정받으며, 최고급 모직물을 일컫는 ‘캐시미어’라는 영어 단어가 생겨났다.
카슈미르는 인도와 파키스탄이 80년 동안 영토 분쟁 중인 ‘서남아시아의 화약고’다. 카슈미르 전체의 46%가 인도 지배 지역이고 파키스탄(35%), 중국(19%) 순이다. 양국은 1947년 영국에서 독립한 후 이 지역에 대한 영유권 문제로 갈등해 왔다. 당시 지배세력인 힌두교도 하리 싱이 70%를 차지하는 무슬림 주민의 뜻과 달리 인도에 귀속시키는 바람에 반목의 진원지가 됐다. 양국은 카슈미르 갈등으로 세 번의 전쟁을 치렀고, 이는 핵무기 개발 경쟁으로까지 이어졌다. 두 나라는 각각 170기 이상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
카슈미르는 글로벌 강대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 있다. 중국은 카슈미르 서쪽 악사이친을 실질적으로 점령하고 있고, ‘일대일로 프로젝트’에서 파키스탄을 전략적 파트너로 규정했다. 인도 역시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인도·태평양전략의 핵심파트너인 동시에 호주, 일본과 함께 ‘쿼드’ 회원국으로서 안보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양국이 전면전을 벌인다면 미·중 신냉전으로 확전될 가능성이 있다.
인도와 파키스탄이 지난 7일 카슈미르에서 미사일 공격을 주고받아 13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해 국제사회가 긴장하고 있다. 지난달 파키스탄 이슬람 무장단체 테러로 인도인 26명이 사망하자, 인도가 파키스탄으로 흐르는 강물을 차단하고 국경 교역을 전면 중단하는 보복조치에 나서며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달았다. 우크라이나·가자 전쟁에 이어 ‘3번째 전쟁’으로 번지면 큰일이다. 핵전쟁이 날 수도 있는 만큼 미·중이 적극 중재에 나서야 한다.
채희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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