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과도 타이밍인거늘, 늦어도 너무 늦었다. ‘유방암 술파티’란 조롱을 듣고 있는 패션매거진 W코리아가 논란 나흘만에 사과 입장을 내놨지만 여론은 더욱 싸늘할 뿐이다.
W코리아 측은 19일 소셜 계정을 통해 “‘유방암 인식 향상 캠페인: Love Your W’는 2006년 시작된 캠페인으로, 20년 동안 유방암 조기 검진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노력해 왔다. 그러나 지난 15일 행사는 캠페인 취지에 비추어 볼 때 구성과 진행이 적절치 않았다는 지적이 있었고, 저희는 이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무엇보다 유방암 환우 및 가족들의 입장을 세심하게 고려하지 못해 불편함과 상처를 드리게 된 점에 대해 깊은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 또한 캠페인 취지에 공감하며 선한 마음으로 참여해 주신 많은 분들이 논란으로 불편함을 겪으셨을 것을 생각하면 송구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번 행사로 상심하셨을 모든 분들의 마음을 생각하며 저희의 부족함을 돌아보고 있다”며 “여러 비판과 지적을 토대로 부족한 부분에 대해 계속 살펴 나가겠다. 이번 일을 계기로 행사 기획과 실행의 전 과정을 보다 면밀히 재점검하겠다”고 사과했다.

논란이 된 행사는 지난 15일 서울 한 호텔에서 진행된 ‘Love Your W 2025’(러브 유어 더블유 2025)다. W코리아 측은 올해 20회를 맞이한 ‘Love Your W’에 대해 “국내 최대 규모의 자선 행사”를 소개하며 방탄소년단, 에스파, 아이브 등 최정상 그룹들과 배우들, 인플루언서 등 유명인들을 대거 초대했다. 그러나 막상 진행된 행사에서는 ‘유방암 인식 개선’에 대한 목적 없이 술과 디제잉, 파티로만 이뤄져 ‘자선행사를 빙자한 연예인 친목파티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축하무대에 선 박재범이 ‘몸매’를 부르면서 여성의 신체를 성적으로 언급하는 가사를 아무 생각 없이 소화해내 불쾌함을 가중시켰다. 이뿐만 아니라 주최 측은 에스파 카리나에게도 성적인 가사가 담긴 노래 챌린지 영상을 찍게 해 논란을 키웠다.
논란이 계속 파묘가 되면서 누리꾼의 비난과 비판이 쏟아졌지만 W코리아 측은 오히려 행사 관련 논란 콘텐츠들을 내리지 않아 ‘대중과 기싸움 하는 거냐’는 지적도 나왔다. 사과는 커녕 논란에 대응하지 않는 모양새라 이를 바라보는 대중의 분노를 더욱 키웠다.

논란의 불똥은 과대포장된 실제 기부 금액의 여부로 튀었다. 지난 17일 여성신문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참고해 “실제 W코리아 이름으로 한국유방건강재단에 전달된 금액은 17년간 약 3억원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행사 규모에 비해 기부 금액이 너무 적어, ‘자선행사’라고 부를 수 있는지에 대해서 의문을 표한 셈이다.
이에 대해 W코리아 측은 “캠페인 기부금은 W코리아가 직접 전달하는 금액과 캠페인에 참여한 기업이 재단에 직접 전달하는 금액을 합산해 측정된다. 본 캠페인의 2006년부터 2024년까지 19년간 누적 기부금액은 3억원이 아닌 9.6억원이고 올해 기부할 금액 1.5억원을 총합하면 20년간의 기부금액은 11억원”이라고 해명했다. 또 “2007년부터 2009년까지 3년간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서울지회에 약 1억 3천만원을 기부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W코리아 편집장이 기부금을 받는 재단의 이사직을 겸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W코리아를 향한 비난은 더욱 커졌다. 자선행사 주최 측인 잡지사와 한국유방건강재단 간의 이해관계가 얽혀있으니 기부금 운영이 투명할 수 있겠느냐는 비판의 목소리를 거세졌다.
일련의 사태 때문에 나흘만의 사과는 큰 효력이 없을 듯 하다. W코리아 측 사과문에 대해 누리꾼들은 “왜 도망가는 것 같냐. 세무조사나 받아라” “돈 얘기 하니까 사과하네” “돈으로 추궁하니까 올해에만 문제였던 것처럼 축소해서 사과하는 수준 봐라” “고자세로 뻐대다가 기부금 횡령 얘기로 빠지니까 인스타 싹 밀기 시작할 때 알아봤다” 등 싸늘한 반응만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