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편' 고인산혈증제 시장, 국산 제네릭 잇단 도전장

2024-10-16

렌벨라와 인벨라가 양분하던 세벨라머 성분 고인산혈증 치료제 시장에 국산 제네릭이 참전하는 가운데 탄산란탄 성분 제품 공급이 중단되는 등 시장 구도가 재편되고 있다.

16일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허가 현황에 따르면 유유제약은 지난 10일 세뉴벨라정 400mg을 허가 받았다.

세뉴벨라정은 세벨라머 성분 고인상혈증 치료제로 이번에 추가된 400mg은 오리지널 의약품인 사노피-아벤티스의 '렌벨라정'에도 없는 저용량 품목이다.

유유제약은 지난 2022년 세뉴벨라 800mg을 허가받았으며, 기존 용량 적응증은 투석을 받는 만성 신장질환 환자의 혈청 인 조절이었다. 이번 저용량 품목에는 투석을 받고 있지 않은 만성 신장질환 환자 중 혈청 인 농도가 5.5 mg/dl 이상인 환자의 혈청 인 조절 적응증이 추가됐다.

고인산혈증은 뼈를 구성하는 무기질 중의 하나인 인이 정상치보다 높아지는 현상으로, 뼈에서 칼슘이 빠져나와 뼈가 약해지고 골절이 쉽게 생길 수 있는 전해질 대사 장애다. 만성콩팥병환자에게 흔히 발견되는 합병증으로 식이 제한과 투석요법, 인 결합제 등으로 관리한다. 세벨라머 제제는 비칼슘계열 인 결합제로, 장에서 인산을 흡수하는 것을 줄이는 작용을 한다.

세벨라머 성분 고인산혈증 치료제는 지난 2002년 국내에 처음 도입됐다. 현재는 2011년 허가된 사노피-아벤티스의 '렌벨라정'과 2015년 허가된 SK케미칼의 '인벨라정'이 대표적으로 꼽혔다.

앞서 2002년 쿄와기린이 세벨라머 성분의 '레나젤정'을 허가 받아 판매했지만, 지난 2019년 유효기간이 만료됐다. 이후 국내 시장은 2011년 허가된 사노피-아벤티스 '렌벨라정'과 2015년 허가된 SK케미칼 '인벨라정'이 양분하는 형국이었다.

이중 렌벨라는 아일랜드에서 수입하는 완제의약품이고, 인벨라는 스페인에서 완제품을 수입해 SK케미칼이 포장 공급하는 약제다. 렌벨라는 한독이 사노피-아벤티스 코리아와 공동 판매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가 제네릭을 통해 시장 경쟁에 뛰어든 건 지난 2022년부터다. 대원제약이 '세머원정'에 대해 지난 2022년 4월 말 품목허가를 승인받은 데 이어 같은 해 7월 1일 약가 435원으로 급여 등재했다. 유유제약 역시 같은 해 6월 세뉴벨라정을 허가받으며 본격적인 마케팅에 돌입했다.

이후 보령 '인세벨정', 알보젠코리아 '젠벨라정800mg', 팜젠사이언스 '벨라비엠' 정 등이 추가로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어 지난해에는 대웅제약이 '세벨머정'을 허가받았고, 올해 5월 퍼슨의 '레나벨정'까지 추가되며 제네릭사 7곳을 포함해 총 9개사가 경쟁을 펼치고 있다.

국내 제약사가 본격적으로 경쟁에 뛰어든 건 지난 2019년 세벨라머 제제의 급여기준이 완화돼 만성콩팥병 환자에 대한 처방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올해는 경쟁 제제라고 할 수 있는 탄산란탄 성분 치료제가 시장에서 사라지며 시장이 한층 커질 전망이다. 지난 8월 JW중외제약의 고인산혈증 치료제 '포스레놀'이 공급 중단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JW중외제약은 다케다제약과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국내 유일한 탄산탄란 제제 포스레놀을 공급했으나, 계약이 만료되며 공급 중단을 결정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허가된 고인산혈증 치료제는 크게 ▲세벨라머 ▲탄산란탄 ▲수크로제이철옥시수산화물 성분의 약물로 나뉜다. 포스레놀 제품군은 지난 2022년 식약처 수입실적을 기준으로 약 32억원 규모로 전년 36억원 대비 11.9% 감소했다. 수크로제이철옥시수산화물은 지난해 식약처 수입실적 기준 93만9833달러(약 12억8000만원) 수준이다. 세벨라머 성분의 '렌벨라정'의 수입실적은 전년 79억원에서 91억원으로 14.6% 증가했고, '인벨라정'은 생산실적 기준 59억원에서 68억원으로 12.6% 증가했다. 세벨라머 제제가 독주 체제를 굳히고 제네릭이 늘어나는 등 시장 경쟁이 심화되자 포스레놀 제품 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JW중외제약 측은 "포스레놀은 고인산혈증 치료제로 동일 성분은 없으나 세벨라머 성분으로 대체 가능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레놀 철수에 따라 32억원에 달하는 탄산탄란 제제 시장을 세벨라머 성분 제네릭이 차지할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유제약은 기존 품목대비 용량을 절반으로 줄인 저용량의 품목을 허가받으며 적응증 확장을 통한 경쟁력 우위 확보를 노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제네릭 품목은 식약처 생산실적 기준 아직 낮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지만, 성장세는 가파르다. 대원제약은 출시 첫해인 2022년 4억원에서 지난해 11억, 유유제약은 2022년 7억원에서 지난해 16억, 알보젠코리아는 2022년 1억원에서 지난해 14억원의 생산실적을 기록했다.

다만 포스레놀 철수에 따른 수혜를 세벨라머가 독차지하지는 못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한국쿄와기린이 새로운 성분의 고인산혈증 치료제 '네폭실캡슐(성분 구연산제이철수화물)'을 출시해 LG화학과 공동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LG화학 관계자는 "네폭실의 경우 빈혈 치료에 필요한 조혈제, 철분 주사제의 용량을 낮출 수 있고, 이에 따른 치료비용 절감을 기대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라면서 "계속해서 고객접점 확대하면서 적극적으로 영업마케팅을 펼쳐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네폭실을 포함한 한국쿄와기린 전문의약품 사업 부문은 DKSH코리아로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수크로제이철옥시수산화물 성분 제네릭에 도전하는 국내 기업도 있다. 보령은 최근 글로벌 철분제 전문 제약사 비포(Vifor S.A.)를 상대로 '벨포로츄어블정'의 약학 조성물 원출원 특허에 대한 무효심판을 특허심판원에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벨포로츄어블정은 현재 세벨라머 제제 대비 약가가 3배 이상 높아 시장 점유율은 낮은 편이지만, 제네릭이 출시될 경우 낮은 약가를 통해 시장 침투를 할 수 있다는 관측이 있다. 특히 수크로제이철옥시수산화물 성분 제제는 비포의 벨포로츄어블정이 유일해 세벨라머 제제에 비해 시장 선점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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