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없이 살고 싶다

2025-06-15

이원후 심리상담사/칼럼니스트/논설위원

상담을 하다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소한 고민도 자신의 탓으로 돌리며 자책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화를 내는 자신이 싫다, 무슨 일이든 미루다가 끝내 포기하고 만다, 상대의 눈치를 지나치게 본다.” 이처럼 사람들은 다양한 고민을 가지고 있다. 그러던 중 50대 중반의 여성이 단 하루라도 고민 없이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여러분은 요즘 하루를 어떻게 보내나요?” 마음 편한 하루를 보낸다면 다행이고, 고민으로 머리 아픈 하루를 보내고 있다면 하루만이라도 아무 생각 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만 하면서 마음대로 하루를 보내보는 건 어떨까요? 이를 권하는 이유는 힘든 하루를 견뎌내고 있는 나의 머리와 마음에 휴식을 주는 시간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타인에게 쉽게 털어놓기 힘든 고민 1~2가지는 가지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나를 제외한 모두가 잘 사는 것처럼 보이고, 나만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언제부턴가 대중매체에서 ‘심리·상담’ 프로그램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 어쩌면 나만 힘든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각자의 고민을 가지고 좀 더 객관적인 시선에서 이야기해줄 수 있는 전문가에게 조언을 듣고 싶은 사회적 심리가 반영된 것일지도 모른다. 결국 우리가 진짜 듣고 싶은 말은 ‘네 탓이 아니야’ ‘그럴 수 있어’ ‘너도 그래? 나도 그래!’라는 말이다.

고민의 대부분의 화살은 자기 자신을 향한다. 하지만 결국 자신이 듣고 싶은 말은 ‘네 탓이 아니야’라는 말이다. 왜 마음속으로는 내가 문제인 것 같아서 괴로울까? 이유는 바로 명확한 이유와 원인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은데 내가 왜 그러는지도 모른다면 고민은 해소되지 않은 채 점점 더 우울한 기분에 빠진다. ‘결국 나는 안 되나 보다’라는 자괴감이 깊어지고 결국 나 자신을 놓아버린다. 삶이 고달픈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단지 그 이유를 알지 못하기에 무엇을 어떻게 변화시켜야 할지 모르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나를 그럴 수밖에 없는 내 마음을 먼저 받아들여야 한다. 나를 탓하기 전에 무의식에 새겨진 내 마음속 상처부터 어루만져 주어야 한다. 열심히 해도 잘되지 않는 것은 어쩌면 고민의 원인을 자기 탓으로 돌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민의 원인은 자신이 생각하지도 못한 곳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의 사소한 한마디의 상처를 받고, 그 순간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였을 때 꽤 오랜 시간 상처는 아물지 않는다. 상처로 인한 괴로움이 사실은 나의 잘못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면 자신을 탓하는 일이 줄어들면서 드디어 힘든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된다. 그렇기에 상처를 받고 슬픈 감정을 느꼈을 때 슬픔을 억누르려 하지 말고 건강하게 표현하는 연습을 해보자. 슬픔으로 인해 화를 내는 자신을 탓하지 말고, 온전히 슬픔을 느끼는 나의 감정을 감싸주자. 고민이 많고, 자신을 더 많이 사랑하지 않는 데는 어쩌면 원인이 나에게 있는 것이 아닌 타인의 부정적인 말을 마음속 깊이 새겨서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나에게 고민과 두려움을 안겨준 진짜 원인을 찾아야 한다. 또한 우리나라 정서상 타인에게는 관대하지만, 자신에게 특히 엄격하다. 그렇기에 오늘부터는 자신에게 좀 더 느슨한 마음을 가지고 타인을 감싸주듯 나를 감싸주는 하루가 되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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