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SDI가 프리미엄 배터리 공급을 확대해 전기차 수요 둔화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차세대 각형과 원통형 배터리를 앞세워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반등을 노린다.
최주선 삼성SDI 사장은 19일 서울 강남구 엘리에나 호텔에서 열린 정기 주주종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유럽은 중요한 고객들이 많이 포진하고 있다”며 “경쟁이 치열하지만 좋은 제품을 만들어서 프리미엄급 포함 메인 스트림까지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에서) 환경 규제가 완화되는 기색이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탄소 배출을 억제하는 친환경이 대세이기 때문에 2028년 이후 자신 있게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삼성SDI는 이날 주총에서 중장기 사업 전략으로 '기술 경쟁력 강화'를 제시했다. 연내에 7세대 각형 배터리(P7) 개발을 완료하고,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인 46파이(지름 46㎜)는 1분기부터 출시하겠다고 설명했다.
주총 임시 의장을 맡은 김종성 삼성SDI 경영지원실장 부사장은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자동차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양산을 준비해 볼륨 세그먼트(중저가) 내에서도 의미 있는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겠다”며 “게임 체인저인 전고체 배터리는 2027년 양산을 목표로 올해 내 고용량화, 양산 기술을 완성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주총에서는 삼성SDI가 최근 결의한 대규모 유상증자 반대 의견도 나왔다. 회사는 시설투자 자금 확충을 위해 유상증자로 2조원을 조달할 예정인데, 일부 주주들은 지분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부사장은 “최근 1년 사이 차입금이 5조원 이상 증가했고, 고금리 등으로 자금 조달이 쉽지 않아 증자를 우선적으로 고려했다”며 “추가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삼성디스플레이 지분을 포함한 보유 자산 활용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최주선 사장은 금융감독원이 유상증자 중점 심사대상 1호로 삼성SDI를 선정한 점에 대해 “잘 준비해서 유상증자하는 취지를 당국에 설명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기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배터리산업협회와 배터리 3사가 협업하고 있고, 자체적으로도 워싱턴 D.C에 관계자들이 있어서 소통하고 잘 대처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주총에서는 △재무제표 승인 △사내이사 최주선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정관 일부 변경 등 4가지 안건이 모두 통과됐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