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 오른 대형 코끼리…3시간의 황홀경에 취하다

2024-09-29

애틋한 드라마에서 숨막히는 파드되(두 명의 무용수가 함께 추는 춤)까지. 지난 2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개막한 유니버설 발레단의 ‘라 바야데르’는 기대 이상이었다. 3시간은 지루할 틈 없이 흘러갔고, 관객들은 넋을 놓고 바라보며 황홀경에 빠졌다.

‘라 바야데르’는 클래식 발레의 아버지 마리우스 페티파가 1877년 만든 원작을 기반으로 한 작품으로, 발레 작품 중 드물게 120여 명의 대인원이 참석하는 데다 400벌이 넘는 의상 등 화려한 무대 미술이 동원돼 ‘발레의 블록버스터’라고 불린다. 국내에서는 1999년 초연됐고, 이번에 2018년 공연 이후 6년 만에 다시 관객을 찾았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최근 마린스키 발레단 입단을 앞둔 발레리노 전민철이 29일 공연에 합류해 해당 회차가 4분 만에 전석 매진되며 화제가 됐다.

27일 공연에서는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수상자 강미선이 여주인공 ‘니키아’로 무대에 섰다. 유니버설 발레단의 수석 무용수인 강미선은 2018년 이후 6년 만에 연기하는 ‘니키아’를 1~2막에서는 연기로, 3막에서는 압도적인 춤사위로 관객을 압도하며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특히 ‘솔로르’ 역을 맡은 콘스탄틴 노보셀로프와 함께 선보인 ‘파드되’에 관객들은 연신 ‘브라바!’를 외쳤고, 27일에는 29일 공연을 앞둔 전민철도 객석에 앉아 공연을 관람하며 쉴 새 없이 찬사를 보냈다.

화려한 출연진 외에도 ‘라 바야데르’에는 두 가지 주요한 볼거리가 있다. 하나는 높이 2m, 무게 200㎏의 대형 코끼리가 등장하는 솔로르와 감자티의 결혼식이 진행되는 2막이다. 100여 명의 무용수가 끊임없이 무대에 올라 부채춤, 물동이 춤, 앵무새 춤 등의 기획은 기대 이상으로 화려하다. 웅장한 코끼리는 유니버설 발레단의 ‘라 바야데르’에만 등장하는 전매특허다.

하지만 2막에서 가장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은 감자티 역을 맡은 신예 이유림의 우아한 몸놀림이다. 수석 무용수 강미선의 연기도 압도적이었지만 솔로르와 2인무를 할 때의 이유림은 강미선 못지 않게 힘 있고, 고고했다. 유니버설 발레단은 배우들의 역할을 고정하지 않고 매일 다르게 연기하도록 하는데, 28~29일 공연에서 강미선은 감자티를, 이유림은 니키아로 변신해 역시 호평을 받았다.

또 다른 볼거리는 3막에서 독살된 니키아를 만나기 위해 망령의 세계를 찾은 솔로르가 만난 ‘망령들의 군무’다. 이 장면은 ‘백조의 호수’ 속 ‘밤의 호숫가’와 ‘지젤’의 ‘윌리들의 숲’과 함께 3대 발레 블랑(백색 발레)으로 꼽히는데, 32명의 발레리나가 새하얀 튀튀(발레 의상)을 입고 순차적으로 계단에서 내려오며 무대를 채워나가는 동안 관객들은 연신 탄성을 내뱉었다. 서너 동작으로 이뤄진 단순한 춤이지만 32명의 무용수는 한 순간도 흐트러지지 않았고, 정교하게 하나가 되어 블록버스터 발레의 진수를 보여줬다.

한편 ‘라 바야데르’는 10월 30일부터 11월 3일까지 국립발레단의 작품으로 다시 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된다. 두 발레단의 ‘라 바야데르’는 결말이 완전히 다르다. 유니버설 버전은 해피엔딩이지만 국립발레단 버전은 다소 비극적으로 마무리된다.

국립발레단의 공연에서는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의 에투알(수석 무용수) 박세은이 니키아를,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의 간판 무용수 김기민이 솔로르를 맡는다. 또한 두 발레단의 ‘라 바야데르’는 결말이 완전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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