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정부 출범 이후 베트남 당서기장이 첫 해외정상으로 최근 국빈 방한했다. 베트남은 중국, 미국에 이어 우리나라의 3대 교역국이며, 우리나라 대기업들과 그 협력사들이 상당수 베트남에 진출해있고 진출을 계획 중이다. 베트남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인만 해도 약 25만명에 이른다. 한국 기업인들이 워낙 베트남을 많이 또 자주 찾다 보니 한국에서 만날 수 없는 유명 기업인들을 베트남에서 만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돌 정도다.
이번 정상방문을 계기로 양국의 관계는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로 격상했고, 양국은 앞으로 5년 후인 2030년까지 교역 규모를 1500억달러(약 208조7250억원)로 확대하기로 했다. 또 교류분야 측면에서는 기존 제조업 분야 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 확대 등 에너지분야, 조선, 항공,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하이테크까지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이처럼 베트남은 우리 기업들의 공급망 관리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국가다. 베트남 내에서 우리 기업들과 협력사들이 사용하는 에너지와 자원순환 정보 등은 주요 대기업들이 향후 공개하고 평가 받아야 하는 Scope 3(공급망)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데이터에 포함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베트남 정부의 기업활동 관련 정책변화의 흐름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작년 8월 취임한 또럼 당서기장은 미국과의 관세협상을 조기 타결하며 불확실성을 완화했고, 본격적으로 경제발전을 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특히 민간경제의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인센티브 확대, 기업확동 보호, 규제 완화 정책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는 데, 그 내용 중에는 ESG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다. 가령, 녹색·순환경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기업에게는 대출이자를 감축해주거나 탄소저감, 정부의 그린 텍소노미에 부합하는 투자를 지원하는 정책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베트남 정부의 정책변화는 더 이상 베트남 현지에 진출한 개별 기업들의 이슈가 아니다. 국내에 설립된 국내기업이라도 베트남에 진출한 기업으로부터 제품을 조달하거나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면, 그 영향권 내에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ESG경영 관련 정보공개 및 평가범위가 개별기업이 아니라 공급망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별 기업이 아무리 자사 내 ESG경영에 신경을 쓰더라도 베트남 소재 협력사가 ESG에 반하는 경영을 한다면, 결국 ESG평가지수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국제ESG협회 공동회장인 이재혁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이제 우리 기업들은 과거와 같이 기업 대 기업 차원이 아니라 생태계 대 생태계 차원에서 경쟁을 하게 될 것이다”라고 지적한다.
물론 몇 년 전과는 달리 ESG에 대해 부정적 시각과 회의론이 어느 때보다 켜졌다. 그러나 동 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 머잖아 ESG로 표현되는 비재무적 요소에 관한 기업 정보 요구가 본격화될 것이 분명하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주요 대기업들은 자사 뿐만 아니라 협력사들의 ESG 데이터를 측정, 취합하고 평가하는 작업을 조용히 또 치밀하게 준비해가고 있다. 우리 정부도 기후에너지부 신설 등을 통해 컨트롤타워를 구축해 개별 기업을 넘어 공급망·생태계 경쟁력을 강화하는 정책을 본격 추진해야 할 때다.
오지헌 법무법인 원 ESG센터장·변호사 jhoh@onelawpartner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