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거울이 들려주는 이야기

2024-10-09

[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국립나주박물관(관장 김상태)은 2024년 기획특별전 <빛, 고대 거울의 속삭임>을 10월 8일부터 2025년 2월 9일까지 연다. 전시는 삼한~삼국시대 거울과 함께 출토된 전시품 모두 270여 점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는 시기별로 거울을 가졌던 사람들을 조명하고, 동북아시아의 거울 교류 양상과 거울 속 무늬의 의미를 종합적으로 소개한다. 국보로 지정된 거울 2점(화순 대곡리 정문경, 무령왕릉 의자손수대경)과 평안남도 평양지역부터 제주도에 이르기까지 전국에서 확인된 거울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가장 최근에 발굴된 함평 엄다리 제동고분, 고흥 신호리 동호덕고분, 신안 대천리, 경주 사라리에서 출토된 거울들을 발굴조사 기관들의 협력으로 한자리에 모아 처음 공개한다.

전시는 모두 3부로 구성된다.

1부는 청동거울의 제작 과정과 우리나라에서 처음 만든 여러 개의 꼭지가 달린 거울(多紐鏡)을 살펴보고, 생활 곳곳에서 이루어진 거울 관련 의례를 소개한다. 고도의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한 청동거울 제작방법과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만들어졌던 거친무늬 거울을 비롯하여 청동기 제작 기술의 정수인 잔무늬 거울을 살펴볼 수 있다. 청동의기(靑銅儀器)와 함께하는 잔무늬 거울을 가진 사람이 성격과 사람들이 죽은 이를 애도하며 거울을 깨트리거나 성, 집터, 제사 터 등에서 다양한 의식에 사용한 흔적을 볼 수 있다.

2부는 고대 거울을 소유했던 사람들을 탐구하는 공간이다. 이 공간에서는 시대별 주제에 맞게 거울을 가졌던 가상의 인물 5명을 소개한다. 풍부한 철 자원, 바다와 강 그리고 내륙의 교통로를 이용하여 부를 축적했던 사람들과 최고 권력자 임금이 가졌던 거울을 통해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달라져 간 거울의 위상과 거울을 가지게 된 배경 등을 이해할 수 있다.

3부는 거울을 통해 본 동북아시아 교류와 거울에 담긴 고대 사람들의 내세관을 소개한다. 고대 동북아시아는 거울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졌던 시기로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에서도 이의 영향을 받아 각각의 거울문화가 만들어졌다. 우리나라에는 중국과 일본에서 만든 거울들이 유행하였는데, 이들 거울의 분포 양상을 통해 유통경로와 교류 중심지가 어디였는지 알 수 있다. 한편, 거울에는 다양한 복을 비손하는 길상의 무늬와 글씨가 쓰여 있어 당시 사람들의 소망과 내세관을 탐구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관람객들의 흥미를 높이고 이해를 돕기 위해 디지털 콘텐츠도 적극 활용한다. 인스타그램 릴스(Instagram Reels, 인스타그램에서 제공하는 짧은 영상 콘텐츠 서비스) 형식의 영상 콘텐츠와 3D 기반 아나몰픽 영상((Anamorphic, 이미지를 홀쭉하게 만드는 특수 렌즈를 쓴 영상)을 통해 주요 전시품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전시 연계 프로그램으로 <알록달록, 소원을 담은 거울>, <큐레이터와의 대화>도 함께 진행한다.

거울은 오랫동안 우리 곁에 있었기에 그만큼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청동거울을 만든 고대 사람들은 거울 한쪽 면을 장식하고 자신들이 바라는 내용을 새겼다. 이는 당시 사람들의 바람이 지금 우리와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를 통해 녹슨 청동거울 안에 감춰진 고대 사람들의 모습과 소망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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