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6 전주하계올림픽 유치 명분 지난달 27일 독일서 해외공연
1300석 전석 매진 성과로 '문화외교' 상징성 홍보
1회 공연 3억 2000만원 예산 투입…3분의2가량 공연추진비로 사용
국악원 "국내 최초로 오페라극장 무대 올라…예산도 절감한 편"
전문가들 "올림픽 국내 후보 도시인 전주 홍보됐는지 효과 따져봐야"

전북도립국악원이 2036 전주 하계올림픽 유치를 명분으로 지난달 독일 베를린 슈타츠오퍼 국립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 창작무용 ‘고섬섬’을 두고 의혹이 일고 있다.
전북도는 지난달 27일 열린 공연에서 1300석 전석 매진이라며 문화 외교의 상징성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실상은 한 차례 공연에 3억2000만원의 공공예산을 투입했고, 이마저도 3분의 2가량을 국내외 에이전트와 공연 추진비 명목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각에서는 전북도와 전북도립국악원이 해외 공연을 위해 국악원 내 관현악단과 창극단 예산까지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았다)해서 무리하게 공연을 추진했다는 주장도 나와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12일 도립국악원에 따르면 고섬섬 독일 베를린 해외 공연에 책정된 예산은 총 3억2000만 원이다. 집행 내역을 보면 △항공료 5388만 원 △공연 추진비(국내·국외) 2억880만 원 △창작비 1300만 원 △객원비 150만 원 △국내 임차비 74만 원 △기타(홍보‧무대장치‧사전답사비‧공연진행비) 3156만 원 등 모두 3억949만 원을 썼다. 예비비는 아직 정산 처리 중이다.
이 중 공연 추진비 내역을 보면 국내 에이전트와 국외(현지) 에이전트에 들어간 예산만 5300만원이다. 독일 공연 추진비로는 1억5000만원이 사용됐다. 전체 예산 3억2000만원 가운데 에이전트에게 준 비용과 공연 추진비로만 예산의 3분의 2가량을 사용한 셈이다.
문제는 문화 외교라는 명분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지출구조로 전문가들은 ‘초청’ 공연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대개 초청 공연은 섭외부터 항공‧숙박‧공연장 대관, 홍보와 마케팅, 모객까지 공연에 대한 전반적인 부분을 지원한다. 지원 비율이 조금씩 다르더라도 이처럼 큰 비용을 지급해서 공연하는 경우에는 ‘초청 공연’이라는 말이 무색하다는 것이다.
도내에서 활동했던 공연예술 전문가 A씨는 “내용적으로 보면 초청 공연은 아니고, 단순한 해외 공연의 일환이었던 것 같다”며 “문화교류 차원에서 해외 공연이 필요한 부분도 있지만 비용을 생각한다면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올림픽 국내 후보 도시인 전주를 얼마큼 홍보해 효과가 나타났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더욱이 독일 베를린 슈타츠오퍼 국립오페라극장 홈페이지를 보면 7월 25일부터 9월 6일까지 휴관으로 되어 있다. 전북도와 도립국악원이 ‘고섬섬’ 공연을 한 7월 27일도 휴관일이었던 셈이다. 이 때문에 인건비 등의 예산이 더 많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도가 해외에서의 올림픽 유치 활동을 보여주기 위해 공연 예산과 일정을 무리하게 잡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의혹에 대해 도립국악원은 무대에 설 수 있는 것 자체가 성과라는 입장이다.
도립국악원 관계자는 “국립극장이나 문화원에서도 슈타츠오퍼 국립오페라극장 무대에 서기 위해 10년 이상 접촉하지만 쉽게 대관해주지 않는 곳이다. 그런데도 이번에 도립국악원은 국내 최초로 공연을 선보여 예술적 가치를 알렸다”며 “예산도 애초 계획했던 예산보다 적게 사용했다. (소리문화의) 전당에서 정기공연 한 편 올려도 기본 2억 원씩은 쓴다. 그것에 비하면 이번 해외 공연은 예산을 절감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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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 parkeun9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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