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운 감독의 차기작 '더 홀'이 국내 영화계와 출판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작품은 편혜영 작가의 소설 '홀'을 원작으로, 한국 소설이 할리우드 무대에 본격 진출하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테오 제임스와 정호연이라는 글로벌 스타들의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은 이 영화는, 한국에 유학 중인 성공한 교수 오웬의 결혼 생활과 충격적인 진실을 따라가는 작품이다. '더 홀'의 할리우드 진출은 한국 소설의 독창적 서사가 할리우드의 대규모 제작 시스템과 만나 어떤 시너지를 만들어 낼 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시험대다.
'홀'의 미국 출판 에이전시 바바라 지트워 대표는 "한국 문학이 세계 무대에서 도약하는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했다.
그는 "영화화는 단순히 작품을 각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원작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이를 세계 관객들에게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기대를 드러냈다.
특히, 영화화 과정에서 글로벌 제작진의 참여와 현지화 전략은 주목할 만하다. 샘 에스메일과 김지운 감독의 협업은 한국적 서사를 전 세계 관객들에게 보편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균형감을 유지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이러한 협업은 한국 소설이 가진 고유의 감각을 글로벌 스토리텔링 구조에 녹여내는 중요한 사례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홀'의 영화화는 단순히 한국 문학의 영상화 가능성을 증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출판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바바라 지트워 대표는 "영화화는 원작의 판매량을 급격히 증가시키는 낙수 효과를 가져온다. 이는 출판사가 감당하기 어려운 대규모 마케팅을 대신하는 역할을 한다"며 영화화가 출판 시장에 미치는 긍정적 파급력을 강조했다. 실제로 그는 이번 작업이 편혜영 작가의 다른 작품들까지 국제 제작자들의 주목을 받게 했다고 덧붙였다.
한국 소설이 할리우드로 진출하는 이 상황은, 출판계의 관행 변화도 요구되고 있다. 지트워 대표는 "한국의 비독점 계약 관행이 국제 시장에서 혼란을 초래하며, 작가의 브랜드 성장에 제약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체계적인 권리 관리와 독점적 지원이 작가의 글로벌 진출에 필수적"이라며, 한국 출판계가 글로벌 시장에 맞는 방식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음을 주장했다.
이러한 변화가 앞으로 한국 문학이 지속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자리 잡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국 소설이 가진 독특한 정서와 서사가 할리우드라는 세계적 무대에서 어떻게 재해석될 수 있는지는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 질문 중 하나다. '더 홀'의 각색을 맡은 크리스토퍼 첸은 원작의 심리적 깊이를 유지하면서도, 글로벌 관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보편적 갈등 구조를 강화했다고 버라이어티를 통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