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소재·부품·장비(소부장)업계가 7~8년전 '기술독립'에 이어 '2세경영 전환'이라는 새로운 변화를 맞았다. 시간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일 수 있지만, 어느 산업분야보다 국가경쟁력과 첨단산업 내 차지하는 기술적 가치가 크다는 점에서 추이와 효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원익·주성엔지니어링·하나마이크론·동진쎄미켐·한미반도체·제우스 등 우리나라 소부장 간판기업들이 잇따라 창업자 2세를 주요 경영진으로 등용하면서 업계 경영 판도에 새로운 바람을 예고했다. 1930년대생으로 작고했거나 경영일선에선 한발 물러나있는 창업자 후대이거나 지금도 왕성하게 현 회장 또는 최고경영자 지위를 유지하는 1950년대생 창업주들의 1970~1980년대생 직계 아들들이란 공통점을 가졌다.
우리 소부장산업이 거의 맨바닥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들 창업주의 '기술위주 마인드' '산업보국 의지'가 밑바탕 되지 않았다면 이룰 수 없었던 역사다. 그만큼 현재 소부장 기술력과 완성도, 국가적 기술격차에 있어 이들 소부장 1세대의 역할이 지대했다. 2세경영 전환에 따른 기대에도 불구하고, 우려가 섞여 나오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다.
소부장의 윗단이라 할 수 있는 대한민국 제조업의 기둥인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 산업이 최근 유례없는 내우외환에 휩쌓여 있는 상황이라 이런 작은 우려도 크게 번질 수 있다. 촘촘히 잘 짜여있는 공급라인에 아주 작은 기술이나 재료, 공정의 편차만으로 전체 제품이나 라인이 엉망이 될 수 있는 우리 제조 과정의 신뢰성과 비견할 수 있다.
선대 창업주들이 그래왔듯 2세들이 실력으로 보여주고, 입증하는 수 밖에 달리 길이 없다. 2세들은 우리 소부장산업의 전략적 가치와 전체 산업내 차지하는 지위를 소유한 자사 지분 보다 중히 여길 필요가 있다. 주변 업계에서 보내는 기대 역시 그같은 산업적 무게를 담고 있는 것이다. 창업주가 찾고, 확보하려 했던 '기술우위'란 단 하나의 지향을 물려 받은 DNA로서 경영으로 펼쳐보여야할 책임이 있다.
세대 교체와 새로운 에너지 분출은 만물의 근본 원리다. 기업도 다르지 않다. 자연스러운 경영변화를 더 큰 성장에너지로 키워나가는 숙제가 앞에 놓였을 뿐이다. 소부장산업 2세들이 선대보다 뛰어난 기술과 실적을 내주길 많은 이들이 지켜보고 있다.
이진호 기자 jho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