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자본 격차 49조 최대…대형 증권사 독주

2025-12-15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IMA) 등 일정 규모 이상의 자기자본을 갖춘 대형 증권사만 참여할 수 있는 신사업 인가 경쟁 속 증권업계 내 규모별 자기자본 격차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벌어졌다. 대형사는 공격적인 자본 확충을 통해 몸집을 키우는 반면, 중형사는 수익 기반 약화 속에서 자본 여력이 제한되며 양극화가 구조적으로 고착되는 모습이다.

15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별도 기준 신용등급이 부여된 종합금융투자사업자 9개사(미래·NH·한국투자·삼성·KB·신한·하나·키움·대신증권)의 올해 3분기 누적 합산 자기자본은 66조 2051억 원이다. 이는 나머지 16개 일반 증권사(유안타·한화·교보·신영·아이엠·현대차·IBK·BNK·유진·DB·다올·SK·한양·케이프·상상인·카카오페이증권)의 합산 자기자본 17조 670억 원의 약 3.9배에 달한다. 양 그룹 간 자기자본 격차는 49조 1381억 원으로 최근 5년 내 최대치다.

이 같은 격차 확대의 배경에는 대형 증권사들의 선제적 자본 확충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발행어음과 IMA, 기업금융 업무 확대 등은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의 자기자본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에 대형사들은 최근 유상증자와 후순위채,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자본을 늘려왔다. 올해 3분기 기준 종합 IB 9개사의 자기자본은 전년 동기 대비 12.56% 증가한 반면, 나머지 16개 증권사의 증가율은 6.23%에 그쳤다.

그룹 간 자기자본 격차는 연내 추가로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대신증권은 초대형 IB 진입을 염두에 두고 최근 한 달 사이 약 4000억 원 규모의 RCPS 발행을 결정했다. 현재 IMA 심사를 대기 중인 NH투자증권 역시 올 7월 65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신사업 대비 자본 확충에 나선 바 있다.

자본 규모 격차는 실적 양극화로 이어졌다. 별도 기준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종합 IB 9개사가 5조 6057억 원을 기록해 일반 증권사(7753억 원)를 7.2배 웃돌았다. 지난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격차가 16.4배까지 확대됐던 시기와 비교하면 다소 축소됐지만, 2020년(3.8배)과 비교하면 여전히 뚜렷한 확대 흐름이다.

중형 증권사의 수익성 제약은 산업 구조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주 수익원이었던 부동산 PF 시장이 침체 국면에 들어선 데다 기업공개(IPO)와 인수금융 주선 등 전통적인 IB 사업 역시 대형사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어서다. 주식 중개 부문에서도 대형사들과 함께 토스증권이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면서 기존 중형사들의 거래 기반 확대는 제한되는 모습이다. 특히 중소형사의 경우 대형사와 달리 유사시 계열사의 재무적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구조적 취약성이 더 크다는 평가다.

윤민수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증권업 내에서 자본력을 전제로 한 신사업 확대가 경쟁력의 핵심 변수로 자리 잡았다”며 “자산건전성이 저하된 일반 증권사들은 시장지배력과 수익성 약화로 신용 위험이 점진적으로 확대되는 반면, 종합 IB는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과 비교적 우호적인 규제 환경 속에서 이익 창출력이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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