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과의 전쟁, 과다·중복처방도 근절해야

2025-09-17

최근 “강남스타일”을 불러 K팝을 세계적으로 대중화시킨 유명가수가 매니저를 통해 불면증 치료제로 쓰이는 향정신성 약물을 대리수령하다가 처방한 대학병원 의사와 함께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죄로 수사를 받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마약, 향정신성 약물, 대마는 질병 치료에 반드시 필요한 약물이다. 마약인 모르핀은 외과 수술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켰고, 모르핀보다 수십 배의 진통 효과를 갖는 강력한 합성 마약 펜타닐 개발로 더 값싸고 편하게 치료받을 수 있게 되었다. 향정신성 약물 역시 마약을 쓰지 않아도 간단한 수술이나 수면내시경검사는 물론 누구라도 한번은 겪을 수 있는 우울증·불안장애·수면장애도 쉽게 극복할 수 있게 하였다. 대마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 뇌전증 등 치료제로 쓰고 있다.

불법 유통에는 경각심 높지만

의사의 과잉 처방은 사각지대

과다·중복처방 처벌조항 신설

의사들도 윤리적 책임 다해야

없어서는 아니 될 마약류는 효과가 큰 만큼 중독성·의존성이 심해 오남용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불법 마약류 거래에 대해서 국가정보원의 국제 마약 정보 공조, 검찰·경찰·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서 전담 수사체제로 마약류 확산을 막는 데 총력을 기울였으나, 마약 청정국의 지위마저 잃었다. 마약은 크게 의사의 처방에 의해 합법적으로 사용되거나 암거래를 통해 불법 투약되는 2중 경로로 유통된다. 범죄조직뿐 아니라 일반인도 판매에 나서 이제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다. 불법유통경로를 차단하고, 적발된 마약류 제조 판매자에게 중국이나 싱가포르처럼 중형으로 처벌하여 사회적으로 장기간 격리시키고 마약 치료 시설을 확대하여 중독 피해를 막아야 한다는 위기의식은 대부분이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의사에 의한 오남용, 즉, 목적 외 처방, 과다·중복처방 등으로 인한 향정신성 약물 중독·의존증에 대해서는 그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우선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은 의사가 향정신성 약물을 ‘목적 외’로 처방할 때 징역 5년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법원은 2007년 여러 명의 여성 환자들에게 수면내시경검사를 위해 프로포폴을 투약하여 깊은 잠에 빠지게 한 후 성폭행한 의사 A, 2012년 “잠을 편하게 푹 잘 수 있도록 해달라”는 피해자의 부탁을 받고 프로포폴과 미다졸람을 투약하였다가 호흡부전으로 사망케 하고 시체를 유기한 의사 B, 2023년 고액의 약값을 받을 목적으로 수면·환각을 원하는 환자들에게 디아제팜·케타민을 장기간 반복 투약하여 의존증을 일으키게 한 의사 C에게 모두 실형을 선고하였다.

반면 의사가 향정신성 약물을 합법적으로 처방하는 과정에서 과다, 중복처방으로 환자에게 중독, 의존성을 갖게 하거나 심지어는 과다 처방받은 약을 다른 사람에게 되팔아 피해를 입히는 사례가 적지 않음에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형사처벌 할 조항이 없어 약물 피해를 막지 못하고 있다. 언론에 종종 보도되는 것처럼 일부 노인요양·정신병원에서 병실을 돌아다녀 다른 환자들을 괴롭힌다는 이유로 저녁 식사 후 디아제팜·졸민정 등 수면 유도 향정신성 약물을 일괄 투약하여 강제로 잠을 재워 인권침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고도비만 환자에 한해 최대 3개월 범위 내 처방하도록 권고한 식욕억제 향정신성 약물 디에타민을 분실하였다는 이유로 과다·중복처방하여 권장용량의 몇 배가 넘는 약을 주거나, 50㎏도 되지 않는 저체중 환자에게 처방하여 주거나 이사 갔다고 전화하면 택배로 보내주기도 한다. 이렇게 처방받은 식욕억제제는 인터넷을 통해 공공연하게 ‘병원 처방 약’으로 되팔리고 있다. 얼마 전 법원은 디아제팜을 8년간 600여 차례에 걸쳐 과다투약하여 향정신성 약물 의존증을 발생시킨 의사에게 과실책임을 인정하였으나, 대부분은 내부고발이 없으면 적발이 어렵다. 단속하여도 의사가 향정신성 약물 처방은 재량이라고 주장하면 ‘목적 외’ 사용으로 처벌하지 못하여 손을 놓고 있다.

국회와 정부는 마약류 등 관리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여 마약류에 대한 과다·중복처방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하여 합법을 가장한 마약류의 불법유통을 막아야 한다. 법률 개정보다 먼저 의사들이 마약류 과다·중복처방, 비대면 처방, 비대면 교부를 거부하는 윤리적 책임을 다하여야 한다. 마약류 오남용을 막고 중독·의존증을 치료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사람은 의사이기 때문이다. 의사단체가 지난달 마약류 비대면 간접 처방·교부행위는 국민의 건강을 해치고 의료신뢰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중대 위법행위라며 자율정화에 나선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다행이다. 마약중독 없는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우리 모두의 노력은 생명과 건강과 더불어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동력이 될 것이다.

신현호 법률사무소 해울 대표변호사·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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