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2025년 의대생 증원에 대한 의과대학 교수들의 한 목소리

2024-11-10

미국 튤레인 의대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스테이시 교수가 하버드 교수로 부임했다는 소식을 듣고 축하 메일에 우리 의과 대학을 나온 제자 부부가 하버드 의대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로 있다고 썼더니 바로 “내가 좋아하는 실력 있는 그들이 너의 제자들이었구나. 어쩐지.” 하는 답장이 왔다. 한국에서 의대를 다니고 의사가 된 사람이 세계적인 교육 기관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에 스승으로서 뿌듯했다.

이렇듯 한국 의대 교육이 국제적 기준을 만족하고 한국 의료가 발전한 데에는 국제적 인증을 받은 한국의학교육 평가원(의평원)의 역할이 뒷받침되어 있다. 의평원은 교육부 지정을 받아 한국 의과 대학 교육이 적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지 평가인증을 하는 기관이다. 의평원은 2-6년 주기로 교육 자원과 교수 등 9개 영역에서 92개 기준으로 심사를 하게 되어 있으며, 한 차례 탈락시 신입생 모집이 정지되고 연이어 탈락하면 의대를 폐교해야 한다. 미인증 의대 졸업생은 의사고시에 응시할 수 없다.

정부가 의대입학 정원을 2천명 늘리겠다고 선언한 지 9개월이 지났다. 2025년 의대 정원은 기존의 3058명에 증원된 1509명을 합해 4567명이 되었다. 의대 입학 정원이 10% 이상 증가한 경우 그 전해 연말까지 이러한 변화가 교육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주요 변화 계획서’를 의평원에 제출하여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현재 30개 의과대학이 여기에 해당한다. 내년 의대 학생들이 복귀한다면 예과 1학년생들은 7600여명이 함께 수업을 들어야 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다. 의평원은 증가된 인원으로 인증 기준을 준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정부 발표에 우려를 표했고 이에 교육부는 의평원의 ‘평가 기준, 방법, 절차’에 대하여 사전 심의하여 재지정하겠다고 대응하며 의평원 자율성 침해에 대한 염려를 불러 일으켰다. 또한 정부는 현재 1200명인 9개 국립 의대 교수를 1000명 더 뽑겠다고 하며 “대학교원 자격 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완화하는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였고 의대 5년제 혹은 5.5년제 검토논란도 불거졌다.

그런데 지난 11월 1일부터 4일까지 시행된 전국 의과대학 교수 3496명을 대상으로 한 의대 모집인원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3365명인 96.3%가 현재 증원된 의대 모집 인원에 동의하지 않았다. 직접 학생들을 교육해야 하는 의대 교수들이 내년 교육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만약 학생이 20명인 초등학교 1학년 담임 교사에게 내년부터 학생을 두 배 이상 늘려서 수업하라고 하면서 그에 필요한 선생님 모집 자격을 완화시켜 선발한다면 제대로된 교육이 될 수 있을까? 하물며 생명을 다루는 의대 교육이 이러한 상황에 처했다면?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내년 학생들이 의대를 다니는 6년동안 지속적으로 문제가 될 뿐 아니라 4-5년의 인턴, 레지던트 수련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장기적인 것이라는 점이다. 의대 교육은 강의실, 실습실, 해부실, 술기실 뿐 아니라 실제 다양한 질병을 가진 환자가 치료를 받는 부속병원 등 일일히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자원과 시설이 필요하며 그 중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교수들이 가장 중요한 자원이다. 단기간에 공간과 재정적인 지원만 한다고 제대로 마련할 수 없다.

세계적 인증 기준을 만족할 만큼 질 높은 의료를 가능하게 하는 교육 시스템이 만들어지는 데는 수 십년이 걸렸지만 무너지는 것은 한 순간이다. 인원이 충원되기는커녕 일선 의대 교수들은 조절력과 자긍심을 잃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지 못한 채 지친 몸으로 교육 현장을 줄줄이 떠나고 있다. 나와 나의 가족이 믿을수 있는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 의대 교육은 가장 중요한 첫 단추이다. 부디 정부는 의대 교수들의 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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