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산이 허술하고 방만하게 관리된다면 기분이 어떻겠어요. 날이 갈수록 중요성을 더하는 내 자산 '개인 데이터'에 관심을 가지고, 그 주권을 가져오는 기술 개발에 힘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
김정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사이버보안연구본부장은 데이터가 디지털 전환 가속화와 함께 개인·사회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자산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보장되지 않는 '데이터 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 개발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김 본부장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김 본부장과 ETRI 연구진은 최근 개인 데이터가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유통될 수 있도록 하는 '트러스트 데이터 커넥톰' 기술을 개발, 이목을 끌었다.
기술은 제3자인 신뢰 기관 없이 데이터 암호화 키를 교환하는 획기적인 기술이다. 320밀리세컨드 내 암호 키 교환이 가능하고, 데이터 거래 중 민감 정보가 노출되지 않는 등 뛰어난 성능을 자랑한다.
무엇보다 데이터, 네트워크 모두의 보안을 강화한 것이 장점이다. 김 본부장은 “데이터 보안을 이뤄봤자, 신뢰 기관의 서버 보안이 취약하다면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중앙 집중형이 아닌 분산 네트워크형태로 정보를 저장·거래한다는 방향성을 취해 데이터와 네트워크 보안 모두를 고려했다”고 전했다.
이미 쓰이고 있는 이더리움 플랫폼을 활용해 기술을 구현하고, 그 과정에서 이더리움의 취약점을 분석해 해당 개발진과 패치해 보안성을 확보했다. 단순 기술 개발 너머 실제 활용성까지 입증했다.
김 본부장은 “개인이 자신의 데이터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핵심 기반을 마련한 셈”이라며 “전기차 충전이나 의료 분야 등 다방면에서 활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 성과가 세계적으로도 뛰어난 것이라고 자신했다. 해외 선진국에서 법이나 규제 차원에서 개인정보 보호에 나서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는 기술로 개인 데이터는 물론이고 관련 네트워크 보안까지 챙긴 것이다.
김 본부장은 이 성과가 '꼭 해야할 일'로 느껴졌다고 언급했다. 지난 1988년부터 40년 가까운 긴 시간 동안 ETRI에 재직하며 서버, 네트워크 장비, 스마트폰, 사물인터넷(IoT), 양자 암호를 비롯한 다방면의 보안 연구를 진행했는데 이번 연구는 특히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국민들의 데이터 관련 보안 우려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우리가 바라는 '안심사회 구축'은 시작부터 불가능하다. 위탁한 데이터가 안전하다는 국민적 인식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그러면서 자신과 동료들이 노력 끝에 이룬 성과가 앞으로 사회 전반의 신뢰 구현에 큰 자양분이 될 것이라는 뿌듯함도 간직하고 있다고 했다.
앞으로도 할 일이 많다. 새로운 기술 발전은 기회가 되지만, 또 다른 보안 위협을 부른다. 앞으로 각광받을 양자컴퓨터 상용화 시대를 대비한 연구가 벌써부터 중요한 이유다. 김 본부장 역시 이에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김 본부장은 “우리 연구진은 양자컴퓨터를 동반자로 삼아 미래 데이터 보안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해 나가는데 역점을 두고 이미 연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그마한 응원도 큰 힘이 된다고 당부했다. 그는 “차세대 보안에 대한 투자와 관심이 더욱 커진다면 우리 연구진도 보다 힘을 낼 수 있을 것”이라며 “기존에 구축한 훌륭한 기술력을 토대로 미래 데이터 보안연구 추진에 매진해 안전한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온 노력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