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티브 잉글리시] 형용사의 아리송한 순서

2025-11-14

영어 원어민이라면 누구나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몸에 밴 ‘규칙’을 갖고 있다. 문법책에 나오는 규칙이 아니라,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면서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된 규칙들이다. 문장의 리듬, 생각의 배열 방식 등으로 수수께끼 같은 ‘형용사의 순서’도 여기에 속한다. 학교에서 배운 적도 없고 왜 이런 순서가 자리 잡게 됐는지 정작 설명할 수 있는 사람도 거의 없다. 그런데도 이 규칙은 원어민들의 머릿속에 자기 스마트폰 번호만큼 단단히 자리를 잡고 있다.

영어의 형용사는 반드시 일정한 순서를 따른다. ‘의견(opinion), 크기(size), 나이(age), 형태(shape), 색깔(colour), 출신(origin), 재질(material), 용도(purpose), 명사(noun)’ 순이다. 영어 원어민은 이 질서를 거의 본능처럼 지킨다. 어릴 적 언어를 배울 때부터 자리 잡은 습관 때문일 것이다.

실제 예시 문장을 보면 바로 실감할 수 있다. ‘a charming small old round blue Korean ceramic teacup’은 구체적이지만 자연스럽다. 그러나 단 두 부분만 순서를 바꿔서 ‘a blue old small charming Korean ceramic teacup’이라고 하면, 문법적으로 틀린 건 없는데도 어딘가 이상하게 들린다. 미묘하게 어긋난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몇 가지 예를 더 보자. ‘a nice big new white Korean apartment building’은 자연스럽지만, ‘a Korean white new big nice apartment building’은 왠지 부자연스럽다. ‘a delicious small fresh red Korean strawberry’는 자연스럽지만, ‘a red fresh small delicious Korean strawberry’는 왠지 어색하다. ‘a modern large grey Seoul office tower’는 익숙하게 들리지만, ‘a Seoul grey large modern office tower’는 완전히 틀린 것처럼 느껴진다.

아마 영어 학습자에게 가장 답답한 부분이 바로 이처럼 ‘알면서도 모르는’ 규칙일 것이다. 기억해야 할 건 단 하나다. ‘의견, 크기, 나이, 형태, 색, 출신, 재질, 용도, 명사’ 순서다. 이 순서만 맞으면 어색하지 않다. 하지만 그 순서가 어긋나는 순간, 이를 들은 근처의 모든 원어민이 동시에 움찔할 것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왜 그런지는 끝내 설명하지 못할 것이다.

영어에서는 생각보다 단순한 문장에서도 어순이 중요하게 작용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only의 위치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기도 한다. “I only ate kimchi jjigae”는 김치찌개를 먹는 외 다른 행동은 전혀 하지 않았다는 뜻이고, “I ate only kimchi jjigae”는 김치찌개만 먹었다는 전혀 다른 의미가 된다.

짐 불리 코리아중앙데일리 에디터 jim.bull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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