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도 갈린 '65세 정년'…"회사가 양로원""결국 내게도 혜택" [임계점 온 고령 기준]

2024-10-27

행정안전부(행안부) 공무직 근로자의 정년을 만 60살에서 최대 65살로 연장하면서 65세 정년연장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 격차해소특위도 다음주부터 ‘중장년 계속고용 방안’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국민연금 수급개시 연령(65세)과 법정 정년인 만 60세 사이 공백을 줄이는 데 중장년층 찬성 여론이 적지 않지만 MZ세대 청년층 사이에선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단 불안감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년연장 공론화의 포문은 행안부가 열었다. 지난 14일부터 ‘행안부 공무직 등에 관한 운영 규정’을 통해 전국 정부청사에서 환경 미화와 시설 관리 직원 등 2300여명의 공무직 근로자 정년을 65살로 연장하면서다. 공무직은 정부 등 공공기관에 직접 고용된 무기계약직 근로자다. 대구광역시도 지난 22일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대구시 본청과 산하 사업소에서 일하는 공무직 근로자 412명의 최대 정년을 65세로 단계적 연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후 행안부는 “공무원 정년 및 다른 공공기관 단체협약과는 무관한 사항”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당장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 등에선 MZ세대 회사원 일부는 65세 정년연장에 대해 “불합리한 조치”라는 불만도 터뜨렸다.

민간기업에서 일하는 양모(32)씨는 “누가 봐도 하는 일 없는 간부들이 높은 월급을 받아가는 걸 보며 허탈감과 박탈감을 느꼈다”며 “정년연장이 되면 이런 경우가 더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정년연장이 되면 ‘삼무원’ ‘현무원’ ‘엘무원’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며 삼성·현대차·LG 등 대기업 이름에 공무원을 합쳐 비하하는 표현의 글이 올라왔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선 “정년연장이 되면 생산성은 생산성대로 떨어지고 회사가 양로원일 듯”이란 글도 게시됐다.

이런 반응은 정년연장으로 인해 청년층 일자리가 줄어 취업 등에 피해를 볼 수 있단 불안감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요셉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정년연장이 고령층과 청년층 고용에 미치는 효과’ 보고서를 통해서 “2016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된 60세 정년 의무화로 민간기업에서 고령층(55~60세) 일자리는 증가했지만 청년층(15~29세) 일자리는 감소했다”고 짚었다. 제조업계에서 일하는 김모(29)씨는 “정년을 정해두기보다 자신의 능력대로 월급을 받고 근무하는 게 바람직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년연장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청년층도 있었다. 취업준비생인 정모(23)씨는 “평균 수명도 늘었는데 정년을 현행대로 유지하는 건 모순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검찰 공무원 김모(27)씨도 “어차피 내게도 나중에 정년연장 혜택이 돌아오는 만큼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정년연장에 대해 체계적이고 점진적인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자칫하면 경제 불안이나 세대 갈등 등으로 번질 수 있는 요인들을 예방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종욱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가 입장에선 정년연장으로 노인 복지 관련 예산을 아끼는 등의 효과를 볼 수 있겠지만 기업 입장에선 생산성에 비해 높은 임금을 주며 계속 고용하는 데 대한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고용 구조나 연금 등을 동시에 놓고 정년연장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영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도 “해외 연구에서는 청년 노동력이 노인들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비중이 높지는 않다는 결과가 많다”며 “숙련 근로자의 경험치는 청년들이 대체하기 어려운 만큼 대화를 통한 점진적인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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