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보낸 메시지

2025-02-12

호반의 도시 춘천의 겨울엔 눈이 자주 내린다. 올겨울도 예외는 아니었다. 주택에 살면 밤새 쌓인 눈을 치우는 게 여간 고역이 아니다. 습기를 잔뜩 품은 눈을 치우다 아픈 허리를 토닥이며 올려다본 하늘에선 흰 밀가루 같은 눈송이가 쉼 없이 내려왔다. 옷깃에 자리 잡는 눈을 보다가 갑자기 눈송이에 대한 사람들의 오해가 떠올랐다.

하나는 떨어지는 눈을 확대하면 가장 친숙한 육각형 별 모양의 눈송이가 보일 거라는 기대다. 설산에 가서 내리는 눈을 관찰하면 놀랄 정도로 다양한 모습이 확인된다. 바늘 모양, 육각 기둥, 방사형, 무정형, 심지어 장구처럼 얼음 기둥 좌우에 육각형 눈송이가 달린 복잡한 형태도 있다. 흔히 기대하는 여섯 갈래 별 모양의 눈꽃은 드문 편이다. 눈의 형태는 대기 중 눈이 성장 과정에서 겪는 온도와 습도로 결정된다.

다른 오해는 비가 될 구름 속 물방울이 추운 날씨에 얼어붙어 떨어지는 게 눈이라는 생각이다. 출발점은 차가운 대기 속에 응결된 미세한 물방울의 일부가 작은 먼지를 만나 얼음 결정이 되는 것이다. 이 씨앗 결정에 대기 속 수증기가 달라붙으며 다양한 모습으로 눈송이가 자란다. 즉 눈송이는 물방울이 얼며 커지는 것이 아니라 먼지를 핵으로 탄생한 작은 얼음 결정에 기체 상태의 물 분자들이 달라붙어 성장한 것이다.

눈 연구의 선구자인 일본 물리학자 나카야 우키치로(1900~1962년)는 눈을 하늘에서 보낸 메시지라 묘사했다. 난류에 올라타 온갖 복잡한 궤적과 다양한 기상 조건을 경험하며 성장하는 눈송이의 발자취가 그 형상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의미다. 내 눈앞에 떨어지는 수백만 개 눈송이의 모습이 모두 다른 이유는 각자 자기만의 고유한 역사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 인생도 눈송이와 비슷한 듯하다. 때론 거센 풍파에 맞서, 때론 따뜻한 관계 속에 각자가 그린 인생의 궤적이 우리의 모습에 담겨 있는 건 아닐까?

고재현 한림대 반도체·디스플레이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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