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65세 이상 노령층과 고위험군으로만 제한할 계획이다.
2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마틴 마카리 FDA 청장과 FDA 백신 책임자인 비나이 프라사드 박사는 전날 ‘뉴잉글랜드 의학 저널’에 발표한 글에서 건강한 성인과 어린이·청소년 같은 저위험군에 대해선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상시험을 통해 백신이 효과가 있다는 걸 입증해야 접종을 승인하겠다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사실상 접종 범위를 노령층과 중증 질환 위험이 있는 사람으로 제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전까지 FDA는 생후 6개월 이상의 모든 사람에게 매년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권장해 왔다.
FDA의 방침 변경 움직임은 백신의 효과가 떨어지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마카리 청장과 프라사드 박사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수년간 유행한 후 현재는 건강한 성인이 매년 반복해서 예방 접종을 받는 이점이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자연 면역이 널리 퍼짐에 따라 반복적인 백신 접종이 건강한 사람에게 효과가 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미국 현지에선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여전히 나오는 상황에서 FDA의 조치가 공중보건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 1월 둘째 주 미국에선 1045명이 코로나19로 사망하고 지난달 마지막 주에도 284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존스홉킨스대 면역연구센터의 안나 더빈 국장은 NYT에 “FDA의 조치는 지나치게 제한적으로 백신을 원하는 많은 사람이 접종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에서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해 온 의사인 대니얼 그리핀 박사도 “불필요한 사망이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제약사의 비용 부담을 늘려 새로운 백신 개발을 막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몇 년간 제약업체들은 변종을 거듭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비해 매년 백신을 업데이트했다. CNN은 “백신 제조업체들이 FDA가 권고한 특정 연령대를 대상으로 하는 무작위 임상 시험을 진행할지 불분명하다”며 “이런 연구는 비용이 많이 들고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린다”고 짚었다.
다만 코로나19 백신 접종 대상자와 시기는 CDC가 최종적으로 결정한다고 NYT는 전했다. FDA의 움직임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백신에 대한 불신 때문이란 해석도 나온다. 더빈 국장은 “이번 조치는 백신에 대한 정부의 적대감에 기반을 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 당국은 ‘백신 회의론자’인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이 취임한 후 백신 승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