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IPO 주관 0건... 5년래 연간 최대 1건
전통 IB 강화에도... IPO '존재감 없다' 지적
배형근 대표, 체질 개선 밝혔지만 절반의 성과
재무 성과 이뤄냈지만 사업별 균형 성장 '미진'
현대차증권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초라한 성과를 내고 있다. 최근 시장 자체가 한파를 맞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존재감 자체가 미미해 보일 정도다.
올해 초 취임한 배형근 대표는 '기업 체질 개선'에 주력하며 3분기 현대차증권의 실적 향상을 이끌어냈다. 다만 체질 개선의 근간인 '수익 구조 다변화', '수익원 다각화' 등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현대차증권은 그룹사인 '현대차'의 강력한 존재감 때문에, 이에 기반된 네트워크를 강점으로 지니고 있다고 자주 언급됐다. 그러나 해당 '강점'의 실체 파악 자체가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2일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차증권은 올해 IPO 실적을 단 한 건도 내지 못했다. 2020년부터 현재까지 회사의 주관 실적을 살펴보면 ▲2020년 1건 ▲2021년 0건 ▲2022년 0건 ▲2023년 1건 ▲2024년(3분기 말 기준) 0건 등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본 규모가 비슷한 타사와 상당히 대조적이다. 현대차증권은 올해 3분기 별도 기준 1조 2930억원의 자본 수준을 보이고 있다.
올 3분기를 기준으로 했을 때 자기자본 1조원대 증권사는 IBK투자증권, 신영증권, 유안타증권 등이다. IBK투자증권은 2020년부터 꾸준히 매해 4~5건의 주관 실적을 냈고 신영증권 역시 최소 1건, 최대 6건까지의 실적을 쌓았다. 유안타증권도 지난해 최대 4건을 주관했다. 올해의 경우 두 건에 대한 주관 절차가 이어졌지만 일정이 무산되면서 집계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현대차증권의 '존재감'을 지적한다. IPO 시장이 침체된 상황인 것도, 상대적으로 대형 증권사에 주관 업무가 쏠리는 것도 맞지만 ECM(주식자본시장)에서의 존재감 자체가 초라하다는 것이다.
증권업계에는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업황 악화에 따른 '전통 IB(기업금융)' 강화 바람이 불고 있다. 현대차증권도 다르지 않다. 배형근 대표는 올해 초 취임과 함께 건전성 관리를 위한 기업의 체질 개선을 과제로 끌어안게 됐다. 이에 배 대표는 임기 시작과 함께 사업 구조 다변화, 재무 건전성 개선 등에 박차를 가했다.
실제로 현대차증권의 부동산금융 비중은 획기적으로 줄었다.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 익스포저의 비중은 2021년 74%에 달했지만, 올해 40%대까지 감소됐다. 이처럼 건전성을 높이는 한편, 비부동산 사업 역량 강화를 위한 조직 개편도 실시했다. IB1본부 내 대체사업실, 대체금융팀, 부동산구조화팀 등을 해체했고 IB2본부 내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 발굴 등의 업무 전담실이었던 복합금융실을 폐지했다.
그 결과 올해 3분기, 실적은 확실히 개선됐다. 현대차증권의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순이익은 107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92억원) 대비 13.9% 늘었다. 3분기 영업이익 역시 146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119억원)에 비했을 때 22.2% 증가했다.
회사 측에서는 실적에 대해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 중인 '기업 체질 개선'이 성과를 보였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특히 IB부문이 크게 성장했다는 입장이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IB부문 순영업수익은 지난해 대비 96% 증가했다. 인천 도화동 데이터센터 개발사업, 관수동 오피스 개발사업 등 대체투자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이 주효했다.
다만 올해가 두 달이 채 남지 않았음에도 IPO 시장에 관해서는 '깜깜무소식'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증권은 두 기업에 대한 상장 주관 딜을 따냈다. 자동차 전장품과 라이다(LiDAR)센서 전문 기업 '카네비모빌리티'와 자동차부품 제조기업 '아센텍'이다. 두 기업은 모두 내년 상장을 목표로 준비 절차에 돌입했다고 알려졌지만, 아직 예비심사조차 청구하지 않았다.
딜 성사가 알려졌던 지난해, 현대차증권과 두 기업의 연결고리로 '현대차그룹'이 언급됐다. 최대주주의 네트워크가 현대차증권 IPO 역량에 '강점'으로 작용한다는 평가였다. 실제로 아센텍은 2019년 현대기아차의 1차 협력사로 등록된 기업, 카네비모빌리티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중국 법인 대상 납품 이력이 존재하는 기업이다.
의심이 제기되는 부분은 네트워크 주축의 존재 여부다. 현대차그룹이 다수 협력사를 지니고 있는 것 대비 성과가 미미하다는 것이 근거로 작용했다.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딜 수임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한다'는 것 자체에 실체가 없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증권의 10년간 IPO 주관 실적을 보면 전부 자동차 부품사에 해당된다"며 "그러나 대부분 공동주관인 상황 속에서 사실상 이름을 올리는 정도의 사업 전개 방식으로, 주관사보다는 '인수단'에 가까운 분위기"라고 짚었다.
이어 "역량이나 경쟁력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며 "다만 공동주관으로 참여하면서 사실상 타 증권사과 주관 업무의 대부분을 맡아 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편하게 돈을 벌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삼성(증권)도 그룹사가 있는 점, 여태까지 IPO에 집중하지 않았던 점 등의 부분에서는 똑같지만, 현재 해당 부문을 키우겠다는 의지 하에 여러 딜에 참여하고 역량을 기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에서도 주관사를 고를 때 실적 등 다양한 부분을 고려할 가능성이 높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현대차증권은 IPO 업무 특성상 장기간이 소요돼 단기 실적을 쌓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향후 그룹 차원의 강점을 활용해 인벤토리 확대에 주력하며 '지속 가능한' 사업 전개를 목표로 삼겠다고도 전했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배 대표 취임 이후 기업금융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지만, IPO는 장기간이 소요되는 업무 특성상 단기에 실적을 올리는 것은 어렵다"며 "로봇, 수소에너지 등 그룹 모빌리티 밸류체인 기업, 협력사 등을 대상으로 고객사를 확대하는 데 힘쓰고 있으며 지배구조 개편, 밸류업 등 자문을 통해 고객사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속 가능한 IPO 사업 전개를 위해 앞서 말한 기업 등을 중점적으로 한 인벤토리 확대에 주력할 계획"이라며 "고객사 만족도 제고를 위해 전문 실무 역량도 지속 향상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부터 맡고 있는 아센텍, 카네비모빌리티 등에 대한 주관 절차에 대해서는 "사전 정비 작업 지속 진행 중"이라며 "시장 상황, 업황, 실적 등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적 시점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