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가장 ‘핫’했던 전시를 꼽으라면 단연 ‘까르띠에, 시간의 결정’ 전일 것이다. 패션계는 물론 문화계까지 주목하며, 두 달간 10만 명이 다녀갔다. 브랜드 자체 소장품과 아카이브 자료, 평소 대중에게 공개하지 않는 개인 소장품까지 300여 점이 총망라되었다는 점도 관심을 모았지만, 전시장 곳곳에 한국 전통 소재가 배치돼 더욱 눈길을 끌었다. 중앙화동재단의 전통문화연구소 온지음이 까르띠에와 협업한 결과다. 이처럼 우리 전통문화가 국내외 기업들과 협업하는 사례는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다.
한국은 공예, 한복, 음식, 건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우수한 전통문화를 발전시켜왔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서며 소규모 노동집약적 형태인 전통문화는 생산성과 홍보 마케팅 부분에서 약점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최근에는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약점을 보완해 미래 산업으로 발전시키고자 다양한 민관의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은 지난 2022년부터 전통문화 혁신이용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전통문화산업에 종사하는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공급기업과의 매칭을 통해 제공한다. 올해는 전통문화 기업(수요기업) 40개사와 공급기업 152개사가 선정되었으며, 참여기업 간의 협력을 통해 총 59건의 전통문화 혁신이용권 프로젝트가 추진되었다. 그중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함으로써 전통문화의 확장 가능성을 모색하고 실질적 성과를 낸 우수 협업 사례들을 소개한다.
전통문화 기술력에 전문성 더해 천연 염색 우수성 입증, (주)네스프 X 한국섬유소재연구원
네스프는 대구에 위치한 천연 염색 전문 기업으로, 세계 최초로 천연염료 프린팅 기술을 상용화했다. 2023년 대량 양산에 성공한 천연 염색 타월은 ODM, 기념품, D2C를 통해 누적 판매량 7만 장을 돌파했으며, 나이키, 뉴발란스, 노스페이스 등 글로벌 브랜드에 천연 염색 원단을 공급하고 있다.
특히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을 직접 직물에 날염할 수 있는 천연 디지털 직물 프린팅 잉크를 개발하고, 인체 친화적인 천연염료와 오염 배출 없는 친환경적 염색 기술을 개발하는 등 천연 염색 산업화의 선두주자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천연 염색의 특성상 염색 조건에 따른 재현성 및 품질 확보가 어렵고, 국내외 천연 염색 관련 검증 시스템의 부재로 제품의 품질이나 안정성을 인정받기가 힘들다는 점이 애로사항이었다. 네스프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섬유소재연구원의 기술 혁신 서비스를 지원받았다.
한국섬유소재연구원은 네스프의 천연염료 7종 및 제품 7종의 지표성분 분석과 유해성 시험, 성능 분석을 완료하고, KC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 바이오탄소함량, 지표성분 분석을 통해 해당 염료의 천연 유래 검증 근거도 확보해 소비자와 바이어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게 했다. 천연 염색의 강점을 부각할 수 있는 비건 인증도 해외 기관에서 진행 중이다.
또한, 한국섬유소재연구원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천연 염색 플랫폼에 제품 등록도 지원했다. 천연염색 플랫폼은 누구나 천연염료 및 염색 제품에 대한 천연 유래 여부를 확인하고, 성능 및 안전 시험 결과를 열람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 플랫폼이다. 네스프는 천연염료 및 천연 잉크, 염색 원단을 플랫폼에 등록함으로써, QR코드 등을 활용해 제품을 홍보할 수 있게 됐다.
네스프 정덕훈 대표는 “천연 염색에 대한 독보적인 기술력이 있음에도 이에 대한 성능이나 안전성을 입증할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해 제품 판매 및 홍보에 어려움을 겪어왔다”라며, “한국섬유소재연구원의 서비스 덕분에 오랜 고민거리였던 문제를 해결하고 기업이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라고 밝혔다.
전통문화도 디지털 시대에 발맞춰 경쟁력 확보 필요, (주)네스프 X (주)한큐컴퍼니
네스프는 전통문화 혁신이용권을 통해 홍보 마케팅 서비스도 지원받았다. 네스프의 대표 제품인 천연 식물염색 오가닉 타월은 인체에 유해한 화학염료가 전혀 없는 100% 식물 염료 타월로, 어린아이나 아토피 등 예민한 피부를 가진 소비자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음에도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았다.
온라인토탈마케팅 전문 기업 한큐컴퍼니는 네스프의 오가닉 타월을 소개하는 SNS 콘텐츠를 제작하고, 공식 계정 운영 및 콘텐츠 광고를 진행했다. 특히 제품의 특장점을 강조한 10초 내외의 숏폼 콘텐츠를 제작해 바이럴에 적극 활용했다. 파워블로거 및 파워 인스타그래머 체험단을 통한 홍보도 지원해 ‘오가닉타월’, ‘비건타월’ 등 주요 키워드 검색 시 상단에 노출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인스타그램 채널 팔로워 수는 기존 61명에서 517명으로 늘었고,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 유입은 프로젝트 진행 이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실제 매출 또한 점진적 증대를 이루며, 9월 대비 10월 매출이 2배 이상 성장하고, 11월은 3배 이상의 성장이 예상되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한큐컴퍼니 장석근 대표는 “뛰어난 기술과 제품을 보유하고 있는 전통문화 기업과 협력하게 되어 매우 뜻깊은 시간이었다”라며, “앞으로도 한큐컴퍼니의 다양한 서비스와 노하우를 활용해 좋은 전통문화 기업들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전통과 혁신의 만남에 스토리텔링 입히니 매출도 껑충, 라온아토 X 알렌미디어
전통문화 혁신이용권을 통해 실제 제품 판매에 도움을 받은 기업도 있다. 라온아토는 전통 도자 기술로 만든 머그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한국식품연구원의 스마트팜 핵심 소재로 사용되는 ‘천연 바이오 블록 파우더’를 활용해 개발한 특수 유약을 잔 내부에 도포하여, 물을 부드럽고 청량하게 유지함으로써 편안한 목 넘김을 제공하는 기능성 잔이다.
열에 강한 흙으로 고온에 구워 일반적인 유리잔과 달리 쉽게 깨지지 않고 내구성이 뛰어난 점도 장점이다. 공예가가 900시간의 공을 들여 직접 제작한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모던한 컬러로 어떤 테이블웨어와도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라온아토는 이런 자사 제품의 특징을 이해하는 마케팅 서비스를 원했다. 디지털 마케팅 전문 기업 알렌미디어는 라온아토의 제품이 전통과 혁신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한 제품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다른머그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먼저, 전통과 현대의 만남을 감성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브랜드 스토리를 개발하고, 제품의 시각적인 매력을 강조할 수 있는 사진과 영상을 촬영했다. 이어,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를 통해 펀딩을 시작함과 동시에 온라인 인플루언서 협업, SNS 해시태그 챌린지 등 전략적인 마케팅 활동으로 펀딩 유입을 촉진시켰다. 양사는 목표 대비 3,651% 초과 달성한 총 1,800여만 원의 펀딩 금액을 모으며 성공적으로 프로젝트를 완료했다. 긍정 피드백 95% 이상, 재구매 의사 80% 이상 등 품질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도 얻었다.
라온아토 김종숙 대표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제품 브랜딩의 중요성과 전통산업의 디지털 전환 가능성을 발견했다”라며, “라온아토의 고품질 제품을 더 많은 사람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디지털 채널을 비롯한 소비자 접점을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라고 전했다.
이들이 참여한 ‘전통문화 혁신이용권’은 전통문화산업에 종사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의 역량 강화에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권 형태로 제공하여 전통문화산업의 활성화를 도모하고, 서비스 공급기업에는 판로개척의 기회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전통문화 관련 업종을 영위하는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은 누구나 신청 가능하며, 최대 2천만 원의 정부지원금(이용권)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