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녹십자 '독감 백신 라이벌' SK바이오 누르다

2024-11-11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접종시즌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GC녹십자가 SK바이오사이언스에 판정승을 거뒀다.

11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GC녹십자(이하 녹십자)는 독감백신 수주 경쟁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이하 SK바사)를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이를 반영하듯 3분기 실적도 강한 반등세를 보였다.

녹십자는 올해 3분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 4649억원, 영업이익 39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분기·전년동기 대비 매출은 11.4%·5.8%, 영업이익은 124.2%·20.8% 각각 증가한 수치다.

3분기 누적(1~9월) 기준 매출 1조2390억원, 영업이익 422억원으로 누적기준으로도 각각 1.4%·1.5% 늘었다. 특히 올 1~2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26억원에 그친 반면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6배가 넘는 422억원으로 증가해 뚜렷한 하반기 반등 기조를 보였다.

녹십자 관계자는 "기존 주력 사업인 독감백신과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 매출 증가로 영업이익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GC녹십자, 독감백신 공공조달 1위 탈환

녹십자는 올해 독감백신 공공조달 사업에서 1년 만에 1위를 재탈환했다. 지난 6월 질병관리청의 독감백신 공공조달사업인 '2024~2025절기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지원 사업'에서 총 조달물량 1170만 도즈 중 265만도즈(22.8%)를 낙찰받아 전체 참여 6개 업체 중 가장 많은 물량을 맡았다.

코로나19 백신 생산을 위해 독감백신 생산을 중단했다가 지난해 다시 생산을 재개하며 독감백신 시장으로 돌아와 '독감 백신 1위'라는 타이틀을 획득했던 SK바사는 올해 255만도즈를 낙찰받아 전체 참여 업체 중 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2023-2024절기 독감 국가필수예방접종(NIP) 지원사업'에서 242만도즈를 낙찰받은 것과 비교해 수주 물량 자체는 늘었지만 녹십자에 1위를 빼앗겼다.

올해 국가출하승인 독감백신 물량은 약 3000만 도즈로 전년도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중 약 1290억원 상당인 1170만도즈가 공공입찰 물량으로, 남은 물량은 1830만도즈 가량이다. 따라서 올해 독감백신 승부의 최종 향방은 민간조달 물량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민간 시장을 포함한 전체 국내 독감백신 매출 규모는 내년 초 집계돼 발표될 예정이다. 공공입찰과 마찬가지로 민간 시장에서도 우열을 가리기 힘든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국내 기업이 주도하던 독감백신 시장에 외국계 회사가 가세하며 경쟁이 한층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선 병·의원에서는 NIP와 별개로 이뤄지는 비급여 성인 대상 접종 가격인하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독감 일반 백신 접종가격이 2만원대 중반에서 3만원 사이였다면 올해는 2만원에서 1만원대 후반까지 내려갔다. 지난 6월 보훈병원 독감백신 입찰에서는 8990원에 6만9700도즈가 낙찰됐을 정도다. 업계에서는 녹십자와 SK바사 중 누가 승리하더라도 상처뿐인 영광에 그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대상포진 백신서도 1위 밀려나

올해 독감백신 공공조달 수주 1위를 빼앗긴 SK바사는 대상포진 백신 시장에서도 녹십자와 정면으로 맞붙게 됐다.

시장 점유율 3위 대상포진 백신이던 MSD '조스타박스'가 지난 9월 30일 공급을 중단하며 백신 시장은 SK바이오사이언스 '스카이조스터'와 GSK의 '싱그릭스' 양자 구도로 재편됐다.

한국MSD는 "2017년 조스타박스를 대체할 수 있는 대상포진 백신이 도입되면서 전세계 임상적 수요가 크게 감소했다"며 "2024년 글로벌 시장에서 조스타박스에 대한 제조·공급을 자발적으로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싱그릭스는 녹십자가 영업·마케팅을 위한 공동 판매 파트너십을 체결한 상품으로 지난해 시장에 안착하는 데 성공했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대상포진 시장은 SK바이오사이언스 스카이조스터가 31만159 도즈(1회 접종분) 판매돼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GSK의 '싱그릭스'와 MSD의 '조스타박스'는 각각 22만4천334 도즈, 22만3천842 도즈 판매돼 2, 3위를 차지했다.

판매액 기준으로는 싱그릭스가 이미 스카이조스터를 역전했다. 작년 아이큐비아 기준 판매액을 보면 싱그릭스가 385억원, 스카이조스터는 262억원, 조스타박스는 224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기준 국내 대상포진 백신 시장의 경우 싱그릭스가 102억원을 기록해 독주 체제를 굳히고 있다. 같은 기간 조스타박스는 54억원을, 스카이조스터가 39억원을 기록했다. 시장 퇴출이 예정된 조스타박스보다 낮은 매출을 기록하며 영업·마케팅에서 녹십자에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대상포진 백신은 매출 호조를 지속 중"이라면서 "스카이조스터는 칠레, 멕시코 등 총 27개 국가에 진출한 상태로 글로벌 진출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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