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트지오 보고서 첨부하며 비공개 설정 안해
상급자는 경고, 기안 실무자만 감봉 처분

지난 2월 언론을 통해 동해 심해 ‘마귀상어’의 존재가 알려졌다. 유전 탐사 사업, 일명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추진하던 한국석유공사가 지난해 미국 자문 업체 액트지오에 추가 유망성 평가 용역을 맡겼는데 마귀상어라는 이름의 새로운 유망구조를 발견했다는 내용이었다.
석유공사가 자체 감사한 결과, 결재 과정에서 비공개 설정을 하지 않아 유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담당자 4명을 징계했는데, 실무자 1명만 강한 징계를 받은 것으로 나타나 꼬리 자르기 징계라는 비판도 나온다.
16일 권향엽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석유공사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종합하면, 석유공사는 지난 2월17~21일 마귀상어 언론 유출과 관련해 감사를 진행해 비공개 업무 자료 관리·감독과 사후 관리 미흡(성실 의무 위반)을 이유로 총 4명을 징계했다.
사건을 시간순으로 재구성하면, 지난해 말 액트지오는 석유공사에 ‘국내 울릉분지 추가 유망성 평가 용역 결과 보고서’를 제출했다. 빅토르 아브레우 박사가 이끄는 액트지오는 기업 규모, 세금 체납 등으로 신뢰성이 논란이 된 업체다.
보고서 주요 내용은 최대 12억9000만배럴의 가스·석유가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마귀상어를 포함해 14개 유망구조를 새로 도출했다는 것이었다. 액트지오는 마귀상어 탐사 성공률을 대왕고래와 같은 20%라고 밝혔다.
당시는 가장 유망할 것으로 평가됐던 대왕고래 탐사시추가 진행되던 시점이었다. 석유공사로서는 액트지오 신뢰성을 비롯해 대왕고래 프로젝트 자체가 과장 평가됐다는 논란이 있던 터라 외부에 알리지 않으려고 했지만, 한 언론사가 보고서를 입수해 지난 2월2일 보도했다.
대왕고래 시추 중 또다시 마귀상어의 존재가 알려지자 주식시장도 크게 요동쳤다. 석유공사는 물론, 해당 사업을 총괄하는 산업통상자원부도 마귀상어는 검증되지 않은 내용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논란이 증폭되자 같은 달 6일 산업부가 직접 나서 대왕고래 탐사 시추 실패를 전하며 마귀상어의 가능성은 전문가 검증도 거치지 않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같은 날 석유공사는 마귀상어 내용이 담긴 보고서가 어떻게 유출됐는지 감사하기로 했다. 감사 결과, 액트지오 보고서 기안을 맡은 실무자 A씨가 결재를 올리며 첨부 문서인 보고서를 비공개로 설정하지 않아 벌어진 일인 것으로 드러났다. 정보공개포털에 공개 상태로 올려져 있던 보고서를 언론사에서 내려받은 것으로 석유공사는 파악했다.
석유공사는 A씨에게 감봉 1개월 징계를 내렸다. 결재자였던 상급자 처장과 팀장, 부서원 1명은 경고에 그쳤다. 첫 기안자가 비공개 설정을 안 했더라도 상급자가 결재를 진행하며 비공개 설정 여부를 확인하고 수정할 수 있었지만 가장 큰 책임을 실무자에게 물은 것이다.
권 의원은 “문서를 기안한 실무자만 감봉 1개월의 징계를 받고, 결재 라인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경고 처분만 받았다”며 “유출을 발견하지 못한 채 결재한 행위는 같은 무게의 징계를 받아야 마땅한데 실무자에게만 책임을 전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석유공사는 1차 탐사시추에서 사실상 실패로 결론 난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 유치를 오는 9월까지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