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직전에 몰린 면세업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특허수수료 제도를 8년만에 전면 손질한다. 2017년 개정 당시 이전보다 최대 20배 올렸던 수수료율을 최대 30~40% 낮추고 대기업에 높은 세율을 부과했던 누진제 역시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이후 한시적으로 50%를 감면해 왔지만 엔데믹에도 면세업 부진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해 아예 개편에 나서는 것이다.
18일 면세업계와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면세점 특허수수료 개편안을 논의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2017년 2월 면세점 특허수수료를 인상한 당시에 비해 현재 면세업황이 많이 달라진 점을 고려해 수수료율을 조정하고 매출이 많을수록 수수료율이 높은 누진적 요소도 개선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김범석 기재부 1차관도 이날 ‘제5차 보세판매장 제도운영위원회’에서 면세점 특허수수료율 조정 방안을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2017년 면세점의 특허수수료율을 매출구간에 따라 △2000억원 이하 0.1% △2000억~1조 원 ‘2억 원+2000억 원 초과분의 0.5%’ △1조 원 초과 ‘42억 원 + 1조 원 초과분의 1.0%’를 부과해왔다. 기존 매출 대비 대기업 0.05%, 중소중견기업 0.01%를 적용했던 것에서 최대 20배 인상한 것이다. 당시만 해도 면세점 업계는 연평균 20% 이상 고성장하며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평가됐다.
그러나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출입국 인원이 급감하면서 면세점 매출이 급감하고 적자가 발생하자 정부는 특허수수료율 인하와 매출 구간 조정 검토에 들어갔다. 면세특허와 특허수수료는 면세점포를 기준으로 적용하는데 관세청에 따르면 2023년 11월 말 기준 전체 면세점의 점포당 평균 매출은 3800억 원이다. 롯데면세점 명동본점·신세계면세점 본점·호텔신라 보세판매장 등 매출 2조 원의 상위 3곳을 제외하면 나머지 대기업 계열 면세점들은 매출이 1900억~7500억 원 사이다.
관련기사
-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 감면…특허수수료도 경감할 듯
- 롯데, 화학 투자 90% 줄이고 자산매각…해외 부실면세점은 철수 검토 [biz-플러스]
- 롯데호텔·면세점·월드, 대표 전면 교체…수익성 강화 주력
- 정교선 현대홈쇼핑 회장 승진…면세점·지누스 등 대표 교체 [상보]
이에 따라 대기업 계열로 높은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매출 1조 원 초과 구간과 매출 하락세 점포들이 몰린 2000억~1조 원 구간에 대해 수수료율을 최대 30~40% 인하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또 매출 기준을 조정해 높은 세율에 해당하는 면세점을 줄이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영업이익이나 매장 면적을 기준으로 특허수수료를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허수수료는 세금이 아닌 만큼 영업이익 보다는 매출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적절하다는 대법원의 판례가 있을 뿐더러 매장 면적 역시 위치에 따라 유불리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수수료율만 놓고 검토중이며 구간 신설 등 수수료 부과 체계를 복잡하게 하는 방안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정부는 2017년부터 인상한 특허수수료율을 적용하면서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이후 한시적으로 50% 감면을 시행해왔다. 결국 실질적으로는 2017~2019년 3년만 시행하고 제도 손질에 나서는 셈이다.
이는 예상보다 빠르게 면세업이 침체에 빠졌기 때문이다. 면세점 업계의 지난해 매출은 13조 7585억 원으로 매출이 최정점을 찍었던 2019년 24조 8586억 원의 절반 이하로 쪼그라들었다. 올해 역시 11월까지 누적 매출이 11조 9517억 원으로 작년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신라·신세계·현대면세점의 올해 3분기 누적 적자는 총 1355억 원이다. 롯데가 922억 원으로 가장 많고 이어 신라(258억 원), 현대(171억 원), 신세계(4억 원) 순이다. 4사는 전년 동기만 해도 1174억 원의 흑자를 기록했으나 불과 1년 만에 영업이익이 2529억 원 쪼그라들었다.
이 때문에 롯데·신세계면세점은 희망퇴직을 진행했으며 철수 기미마저 보이는 곳도 있다. 부산 등 지방 시내 면세점을 필두로 롯데와 신세계는 영업 매장을 축소하거나 일부 직원을 제주 매장으로 보내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이미 유동성 위기 대책 중 하나로 해외 부실 면세점 철수를 발표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