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공약, 아이디어 수준에 불과해
신·구 연금 분리, 공동체 의식 훼손 우려
미적립 부채 해결 없이 DC 전환 무의미
연금 지속가능성 로드맵 공약 제시해야
[세종=뉴스핌] 신도경 기자 = 제21대 대선 후보들이 국민연금 개혁을 위한 다양한 공약을 내세웠지만,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미적립 부채(미래 세대가 부담해야 할 금액)와 국민연금 개혁 완수를 위한 다층체계 구조 전환 로드맵이 빠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5일 뉴스핌 취재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대선 후보들이 제시한 국민연금 공약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연금 제도 지속성, 미적립 부채, 국민연금에 따른 퇴직·기초연금 개편안 등 마주해야 할 문제는 외면하고, 이미 나온 의제를 반복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비판이다.
◆ 연금 후속 개혁 과제 로드맵 빠져…'신·구 연금 분리' 공약 우려
전문가들은 세 후보가 지난 3월 이뤄진 국민연금 개혁에 대한 후속 조치 과제들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공약에 대한 관심과 진정성이 연금개혁의 동력으로 이어지는데, 크레딧 확대 등 이미 추진하고 있는 정책을 확대하겠다는 원론적 수준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보험료율·소득대체율 조정 이후 후속 대책에 대한 로드맵을 명확히 보여줘야 한다"고 비판했다. 21대 국회 국민연금 공론화위원장을 맡았던 김상균 서울대 교수도 "세 후보의 공약은 아이디어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김상균 교수는 "건축으로 예를 들면 스케치(sketch)는 1단계고 플랜(Plan)은 2단계고 이후 단계를 공약으로 볼 수 있는데 발표된 공약은 1단계에 불과하다"며 "공약으로 할 때는 목적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우창 카이스트 산업및시스템공학과 교수(전 국민연금 재정추계위원)도 "국민연금 개혁은 본질적으로 어려운 과제라 대통령이 주도해야 한다"며 공약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국민연금 공약 중 우려가 제기된 공약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제시한 '신·구 연금 분리'다. 석 교수는 "이 후보가 제시한 공약이 개인주의적인 성격으로 강조되면 연금제도의 취지인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헤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석 교수는 "신·구가 아니라 지금부터 내는 보험료부터 분리하는 방식도 취할 수도 있다"며 "연금을 신·구로 분리해 구연금의 미적립 부채를 국고가 책임진다는 방식으로 가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 연금 지속가능성 로드맵·연금제도 다층체계 재정비 필요성
국민연금 관련 공약 중 핵심은 이 후보가 제시한 구연금 미적립 부채 관리 방안이다. 이 후보는 "인구 구조와 경제적 여건에 따라 자동으로 연금액을 조정하는 '자동조정장치'를 조기 시행하고, 국고 조기 투입으로 미적립 부채 증가를 억제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과지급 문제 개선을 통해 지출을 효율화하겠다"고 밝혔다.
김우창 교수는 "현 제도는 내가 언제 태어났느냐에 따라 받는 금액과 내는 금액의 차이가 있다"며 "미적립 부채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가장 먼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교수는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면 20% 수준의 절감 효과밖에 없어 즉시 도입해도 미적립 부채가 남아있다"며 "미적립 부채 해소 없이는 '낸 만큼 받는' 확정기여형(DC)으로 개편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후보들이 연금제도 지속성 로드맵과 다층으로 구성된 연금 제도 재정비 공약을 내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 3월 이뤄진 연금 개혁으로 기금 소진 시점이 연장될 뿐 기금 소진은 불가피하다. 연금 개혁으로 연금 기금 소진 예상 연도는 2056년에서 기금수익률 4.5% 가정 시 2064년으로 늘었다. 기금수익률 5.5%로 가정하면 2071년으로 15년 더 늘어난다. 제도 개편으로 완결성 있는 개혁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금 개혁을 지속하려면 다층 구조로 된 연금 제도 전체를 재정비해야 한다. 한국의 연금제도는 ▲국민기초생활보장 ▲기초연금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으로 구성돼 있다.
예를 들어 크레딧(국민연금 가입기간 추가 인정) 제도 확대 등으로 국민연금 보장성을 강화한다면 기초연금 대상이나 금액을 줄여야 한다. 반대로 국민연금 보장성을 줄이면 기초연금 보장성을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공약 중 구조 전환을 위한 방향성을 보이지 않는다.
석 교수는 "국민연금이 받쳐줄수록 기초연금의 역할을 축소되고 미래 세대 부담도 덜 할 수 있다"며 "소득이 거의 없는 국민을 대상으로 보험료, 국고, 돌봄 크레딧 등의 지원을 하는 등 실질적인 방안이 전향적으로 제안돼야 한다"고 했다.
김우창 교수도 "국민연금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기초연금과 퇴직연금 방향이 설계될 수 있다"며 "국민연금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머지를 논의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설명했다.
김상균 교수는 "퇴직연금을 연금으로 받는 사람은 10%고 나머지는 일시금으로 받는다"며 "무늬만 있는 퇴직연금을 어떻게 연금 제도 혁신으로 만들 것인가, 정부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dk19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