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발 전 심판의 “제자리에” 호명에 긴장감이 고조된다. 이어 “차려”, 그리고 ‘탕’하는 총성이 울리면 총알같이 튀어 나가 질주를 시작한다. “‘제자리에’라는 소리가 들리면 몸이 경직될 정도로 긴장되지만 막상 달릴 때는 필름이 끊기는 기분이에요. 긴장감을 뚫고 결승선에 도착하면 그제야 막 정신이 들면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쾌감을 느껴요.”
나마디 조엘진(19·예천군청)은 한국 육상 단거리의 현재이자 미래다. 올해 성인 무대에 데뷔한 그는 각종 대회에서 쟁쟁한 성적을 남기며 100m 9초대에 가장 근접한 한국 선수로 평가 받는다. 10월 전국체전에서 100·200m와 400m 계주를 모두 우승했고 7월 독일 하계 U대회(유니버시아드) 400m 계주에서 한국 육상 최초로 단거리 종목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나이키·CJ·KB금융그룹·SK텔레콤 등 굵직한 스폰서가 조엘진의 성장성을 내다보고 올해부터 후원을 시작했다. 또 체육 분야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낸 인물에 뽑혀 31일 보신각 제야의 종을 친다.
최근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만난 조엘진은 “요즘에는 식당이나 공항에서 가끔 저를 알아보고 함께 사진을 찍자고 요청하시는 분들이 있다. 신기하고 감사한 동시에 제 개인의 성과를 넘어 한국 육상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그래서 그분들의 기대에 꼭 부응해야겠다는 마음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타종 행사에 초대 받으면서 선수로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더 큰 책임감을 갖게 된 계기가 됐다. 2026년에는 더 성장한 모습으로 보답해 많은 분께 희망과 긍정의 에너지를 전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키 186㎝, 몸무게 80㎏로 건장한 체격인 조엘진은 나이지리아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 서울에서 태어나 김포에서 자랐다. 아버지의 성 나마디와 세례명 조엘에 보배 진(珍) 자를 더해 이름이 지어졌다. 육상 입문은 초등학교 5학년. 김포시 대회에 학교 대표로 출전했다가 코치의 권유로 선수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조엘진은 “어머니가 초등학교 때 달리기 선수를 하셨고 아버지도 멀리뛰기 선수를 한 경험이 있다. 그래서 육상 시작할 때부터 응원을 많이 해주셨다”며 “다른 운동보다 달리는 게 제일 즐거웠다”고 돌아봤다.
조엘진은 남다른 성장 속도로 한국 육상의 ‘괴물’로 주목 받는다. 4월 국가대표 선발전 100m 1위로 태극마크를 단 그는 9월 동아시아 20세 이하 육상선수권에서 개인 최고인 10초 26을 찍었다. 1년 만에 개인 최고 기록을 0.09초 단축한 것이다. 아시아선수권 계주 한국 신기록 우승 등 동료들과 함께하는 계주에서도 단연 돋보인다.

조엘진은 “내년에는 100m 10초 1대까지는 바라보고 있다. 이후에는 은퇴한 김국영 선수가 세운 한국 최고 기록(10초 07)을 3~4년 안에 경신하는 게 목표”라며 “초반 스타트 가속이 약점이지만 중후반 이후 가속도는 자신 있다. 사실 지금 수준에서는 종이 한 장 차이라서 발가락 하나하나까지 훈련하는 등 미세한 근육들을 강화해서 기록 단축 가능성을 넓히는 방향으로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혼자 뛰는 100m도 물론 좋지만 팀원들과 함께 뛰고 함께 기뻐할 수 있는 400m도 애틋한 종목”이라고 했다.
롤모델은 2024 파리 올림픽 육상 100m 금메달리스트 노아 라일스(미국)다. “선수촌 숙소에서 라일스가 출전한 경기 영상을 틀어 놓고 함께 뛴다는 생각으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고는 한다”는 조엘진은 “올림픽에서 함께 뛰는 상상이 언젠가 현실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조엘진이 그리는 선수 생활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 “당장은 내년 9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결선에 나서고 메달권에 진입하는 게 목표지만 최종 목표는 한국 선수 최초의 100m 9초대 진입이에요.”
“여러 국제 대회 결선 라인에 항상 대한민국 국기가 들어가게끔 훌륭한 선수가 되고 싶다”는 조엘진은 “그중 올림픽이 가장 마음에 두는 대회고 출전할 수 있다는 마음을 늘 갖고 훈련 중이다. 한 번은 꼭 올림픽 결선에 서볼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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