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절절 끓으이 채묘(육상에서 기른 김 종자를 바다에 옮기는 것)를 제때 몬했습니더. 바다에 내놓은 김도 시뻘게지면서 녹는 ‘갯병’까지 돌았고예.” 오태봉 부산 강서구 녹산어촌계장은 지난 28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러니 김 생산이 옳게 될 리가 있겠느냐”며 이렇게 말했다.
40% 빠진 김 생산량…어민 “고수온 문제”
30일 부산 강서구와 지역 어촌계 등에 따르면 강서구 일대에선 1910년대부터 김 양식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낙동강과 바다가 만나 기수(汽水) 환경을 이루는 이곳에선 영양이 풍부하고 쫄깃한 식감의 ‘낙동 김’ 명성이 높다. 일대 김 생산 공장은 물론, 좀 더 부드러운 김과 섞어 ‘믹스김’ 제품을 만들려는 전남 지역 기업에서도 앞다퉈 찾는 게 낙동 김이다.
낙동 김은 강서구 일대 26개 권역 518만4700㎡ 면적의 양식장에서 생산된다. 이런 식으로 양식 재배된 김을 활용해 만든 김 제품이 최근 해외에서도 인기를 얻으면서 작년과 올해 모두 단일 수산식품 수출 실적 1조원을 넘기는 등 ‘검은 반도체’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낙동 김 양식업에 종사하는 어민은 최근 몇 년새 김 생산량이 급감한 탓에 시름이 깊다. 김은 매년 9, 10월쯤 채묘해 10~15일가량 기른 뒤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위판 판매한다. 부산시수협의 집계를 보면 이 일대 김 위판량은 2020년(2019년 11월~2020년 4월) 1만6136t에서 올해(지난해 11월~올해 4월)에는 9637t으로 40.3%(6499)나 줄었다.
다수 어민은 한 해가 다르게 심해지는 폭염과 고수온 문제를 원인으로 지목한다. 육상에서 기른 김 종자를 바다에 옮겨 심을 땐 수온이 22도보다 낮아야 한다. 하지만 기록적 폭염이 기승을 부린 올해는 9월 들어서도 남해안 수온이 23.8~25.1도로 평년 수온을 최고 1.5도 웃돌았다. 이런 이유로 채묘가 늦어지면서 올해 낙동 김 첫 위판은 지난해보다 17일 밀린 11월 22일에야 진행됐다.
폭염과 고수온 이외에도 일대 공단 및 항만 건설 탓에 모래가 많이 흘러들고, 낙동강 하굿둑 개방에 따라 민물 유입량이 늘었다는 점을 원인으로 꼽는 어민도 있다. 모래와 민물 유입이 낙동 김 양식장 일대 염도 등에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한다. 어민은 이달 출하가 시작된 낙동 김의 내년 4월까지 생산량이 더 줄어들까 봐 우려한다.
채취할 시료도 없다… “전문 기관에 용역 검토”
이에 다수 어민은 강서구 등 기관이 나서 원인을 규명할 것을 바라고 있다.
이에 대해 강서구 관계자는 “올해도 채묘가 늦어지며 낙동 김 생산이 크게 줄었다”며 “원인을 파악하려면 양식된 김 일부를 시료로 가져다 조사해야 한다. 그런데 생산량이 너무 적다 보니 각 양식장에서는 이런 시료 채취조차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어민을 대상으로 영양물질과 로프 등 양식에 필요한 부분을 지원하고 있다”며 “내년 4월까지 생산량 추이를 지켜본 뒤, 필요하면 전문 기관에 용역을 맡기는 등 원인 규명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설명했다.